방통위, 항소장 제출…페북 이용자 피해 논쟁 2라운드

전기통신사업법 '이용 제한' 해석 문제가 쟁점

방송/통신입력 :2019/09/09 10:14    수정: 2019/09/09 10:52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방송통신위원회가 항소했다. 접속경로 변경으로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킨 페이스북에 내린 방통위의 행정처분을 두고 법적 다툼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9일 방통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과 항소 이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2일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에 패소한 후 보름 만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페이스북의 우회 접속 행위는 전기통신 서비스 이용을 지연시켜 이용자 불편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페이스북이 일으킨 이용자 피해가 전기통신사업법이 금지하고 있는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과 망 이용대가 협상과정 중에 벌어진 우회접속으로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상당한 불편을 느낀 것은 맞지만, 방통위가 내린 약 4억원의 과징금 처분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법원이 전기통신사업법의 이용 제한을 협소하게 해석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ICT 업계에서는 1심 재판부가 여러 쟁점을 두고 현행 사업법과 규제당국의 행정 권한을 무색하게 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방통위의 항소에 따라 2심 재판에서는 페이스북이 일으킨 국내 이용자 피해 문제에 대한 행정처분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이용 제한과 같은 개념은 개별 사안의 특성을 고려해 사법적 정의와는 다른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페이스북 사건에서 이용 자체는 가능했지만 실질적으로 서비스 이용을 어렵게 한 행위는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서도 불공정거래행위 요건을 사실적 요소 위주로 구성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평가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규정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할 때, 규정의 사전적 의미에만 집중한 법원의 판결과 달리 방통위의 행정처분 적용이 적법하다는 뜻이다.

페이스북 접속 지연이 이용 제한이 아니라는 판결도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대목이다. 또 페이스북의 우회접속으로 이용자 피해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도 2심에서 재차 논쟁이 될 전망이다.

안정상 위원은 “단순히 접속이 지연된 경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의 핵심 서비스인 동영상과 사진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했고, 재판부의 판단은 SNS의 성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실인정의 오류가 중대하다”고 꼬집었다.

안정상 위원은 또 “페이스북은 접속경로를 스스로 설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특정 접속경로를 통해 흐르는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접속경로를 일시 다량 변경하는 경우 병목현상 등으로 접속 장애가 발생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1심 판결은 해외 사업자인 페이스북이 이용자 피해를 초래했지만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는 지점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현행법으로 가능한 규제 해석을 국희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발의만 이뤄진 법을 잣대로 들면서 논쟁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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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2심에서 이뤄질 법적 논리 공방은 이용 제한을 비롯해 이용자 피해에 대한 규제 정당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시장지배력을 가진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로 이어지는 법적 다툼이지만 궁극적으로 글로벌 CP의 조세회피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항소심에서는 이용 제한과 CP의 망 품질 유지 의무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