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8K TV’ 주도권 다툼 격화

프리미엄 TV 전쟁, ‘OLED vs QLED’에서 8K로

일반입력 :2019/09/17 21:00

삼성전자 QLED와 LG전자 OLED TV 시장 선점 경쟁이 8K TV 시장으로 번졌다. 세계 양대 TV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8K TV 시장에 대한 주도권 다툼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LG전자는 17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8K TV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8K TV의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다. 이에 공식 대응을 자제해 오던 삼성전자도 이날 오후 2시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8K 화질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다.

■ LG전자 “삼성 8K TV는 8K가 아니다”

LG전자는 TV 디스플레이 해상도 기준으로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 표준을 내세우며 삼성전자 2019년형 QLED TV가 8K TV 해상도 기준에 못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ICDM은 디스플레이 업계 최고 전문 기구인 SID 산하 위원회로 디스플레이 성능 측정 규격을 제정하는 국제기구다. 세계 각국의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와 인증 기관, 삼성전자·LG전자·파나소닉 등 주요 제조사 등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ICDM 합의 내용에 따르면 TV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픽셀 수와 함께 화질 선명도(CM, Contrast Modulation) 값도 측정 기준으로 삼는다. ICDM은 선명도 충족 기준으로 50%를 제시한다. 화질선명도가 50%는 넘어야 사람이 눈으로 직접 봤을 때 인접한 화소들을 구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는 “경쟁사(삼성전자) 8K TV는 픽셀(화소) 수로는 8K가 맞지만, 해상도 기준으로 8K가 아니다”며 “8K TV는 화소 수가 가로 7680개, 세로 4320개로 총 3300만개 이상 화소 수는 물론, 화질선명도 50%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호준 전무는 "(인터텍·VDE 측정 결과에 따르면) LG전자 CM 값은 90%, 경쟁사는 12%로 나왔다”고 말했다. ICDM에서 제시한 화질 선명도 50%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니 8K TV가 아니라는 논리다.

■ 삼성전자 “8K TV, CM 값으로 판단 못 해”

이에 삼성 측이 발끈했다. 삼성전자는 8K TV의 화질은 화소수 뿐만 아니라 밝기, 컬러 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한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CM에 의문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용석우 상무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용석우 상무는 “8K 화질은 CM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밝기와 컬러볼륨 등 다른 광학적인 요소와 화질 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인 부분이 최적으로 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용 상무는 “CM은 1927년 발표된 개념으로 물리적으로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되었던 것으로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ICDM에서도 2016년 5월 CM은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8K 디스플레이를 최신 디스플레이로 해석한 것이다.

아울러 용석우 상무는 “물리적 화소수가 인증된 상황에서 CM은 무의미하다”며 “삼성 QLED 8K는 국제 표준 기구 ISO가 규정한 해상도 기준(7680x4320)을 충족하며 VDE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설명회에서 자사 QLED 8K TV를 LG전자 제품들과 비교 시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삼성전자 측이 8K 이미지 파일을 USB에 옮겨 TV에 띄운 결과, 삼성전자 QLED 8K에서는 선명하게 보이는 작은 글씨가 LG전자 8K TV에서는 뭉개지는 현상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 LG전자 “소비자 알 권리 위해 나섰다”

LG전자 측은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번 8K TV 기술 설명회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LG전자 TV/상품전략팀 백선필 팀장은 “(금을 따질 때) 18K보다 24K가 순도가 높으니까 값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며 “8K도 굉장히 비싼데, 그만한 가격 지불할 때는 그만한 가치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구분하지 못한다고 스크래치난 다이아몬드를 팔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가 패널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국내 시장에 판매중인 QLED TV에 적

또한 LG전자는 이번 설명회에서 올레드 TV를 분해해 삼성전자 QLED TV와 전혀 다른 디스플레이 기술임을 강조했다.

남호준 전무는 “LCD TV의 하나인 QLED TV는 LCD 패널과 백라이트 유닛 사이에 퀀텀닷 필름을 추가해 색재현율을 높인 제품”이라며 “QD-LCD(퀀텀닷 LCD) TV가 옳은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헷갈리지 않도록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삼성전자 “8K 협회에 더 많은 기업 참여해야…”

삼성전자 전략마케팅팀 조성혁 상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게 나라에 좋은 일”이라며 “유수의 한국업체 두 곳이 서로 비방하며 점유율 경쟁을 하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8K 협회 역할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8K 협회는 8K 콘텐츠·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모인 민간협력기구로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파나소닉과 TCL, 하이센스 등과 함께 8K 협회를 구축했다. LG전자는 8K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용석우 상무는 “현재 8K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서 CM과 같은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8K 협회’에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해 미래 시장을 만들어나가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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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삼성전자는 '8K 협회’와 8K TV를 위한 주요 성능과 사양에 대한 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8K 협회가 정한 8K TV 기준에 따르면 8K TV 해상도는 7680X4320, 프레임 레이트는 24p·30p·60p로 규정됐다. 또 디스플레이 최대 밝기가 600니트 이상이 돼야 하고, 영상 전송 인터페이스는 HDMI 2.1, 영상 압축 방식인 코덱은 HEVC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