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질 떨어져" vs "글자 뭉개져" 프리미엄 TV 8K 전쟁

삼성전자·LG전자 8K TV 주도권 다툼 격화

홈&모바일입력 :2019/09/18 13:48    수정: 2019/09/20 08:58

세계 양대 TV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을 놓고 경쟁이 한창이다. 삼성전자 QLED·LG전자 OLED TV를 둔 팽팽한 기 싸움이 최근 8K TV 시장으로 번진 것이다. 두 회사가 주장하는 기술적 차이와 마케팅 공방을 정리해 봤다.

■ LG OLED냐 삼성 QLED냐…그것이 문제로다

TV는 패널 기준으로 크게 OLED TV와 LCD TV로 나눈다. LCD는 패널 뒤 백라이트로 화면을 밝게 하는 방식이다. OLED TV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를 광원으로 쓰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밀고 있는 QLED TV는 기존 LCD TV와 구조가 같다. QLED TV는 LCD처럼 패널 뒤에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유닛이 필요하다. 그러나 LCD TV의 백라이트 유닛(BLU)에 ‘양자점개선필름(QDEF)’을 부착해 색 재현율을 끌어올렸다.

LG전자가 내세우는 OLED TV는 패널 뒤 백라이트가 없기 때문에 LCD TV보다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다. 아울러 블랙 표현 면에서 OLED가 LCD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OLED TV의 단점으로는 유기물 소재의 특성상 '번인'(장시간 TV를 켜 놓았을 때 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자사 뉴스룸에 게재한 TV 번인 현상 관련 게시물.(사진=삼성전자 뉴스룸)

2017년 삼성전자는 OLED TV에 대해 ‘번인’ 현상을 지적하며 LG전자에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그해 9월 유튜브에 'QLED 대 OLED,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라는 동영상을 올려 OLED의 번인 문제를 공론화했다. 10월엔 자사 뉴스룸을 통해 ‘알아두면 쓸모 있는 TV 상식, ‘번인 현상’ 왜 생기는 걸까?’라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LG전자는 OLED TV와 QLED TV의 근본적 기술 차이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OLED와 QLED의 비교 자체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은 지난 3월 TV 신제품 발표행사 자리에서 “QLED TV와 올레드 TV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은 LCD TV와 올레드 TV가 어떻게 다르냐는 답변으로 말할 수 있다”며 “화질을 만드는 기술이 아예 다르다”고 말했다.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이정석 상무는 "삼성 QLED TV를 OLED TV가 아닌 LCD TV인 나노셀 TV와 비교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가 패널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국내 시장에 판매중인 QLED TV에 적

■ 삼성전자, 초대형·8K TV 시장 주도권 잡아

8K TV 시장 선두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과 유럽, 미국, 러시아에 ‘QLED 8K’를 먼저 도입했다. 최근엔 본격적인 8K TV 대중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달 55인치 8K QLED TV를 공개하며 55·65·75·82·85·98인치의 QLED 8K TV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삼성전자의 8K QLED TV. 삼성디스플레이의 8K TV용 LCD 패널을 채용했다. (사진=SDC)

생태계 확장에도 힘쓴다. 삼성전자는 올 초 파나소닉과 TCL, 하이센스 등과 함께 8K 협회를 구축했다. 8K 협회는 8K 콘텐츠·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모인 민간협력기구로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LG전자는 8K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 추종석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부사장은 “8K TV는 삼성이 가야 할 길”이라고 언급했다. 추 부사장은 “시장의 트렌드는 무조건 초대형으로 간다”며 “초대형은 반드시 화질이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대형과 8K는 같이 맞물려 돌아가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초대형 TV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QLED TV 입지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QLED TV는 경쟁 제품인 OLED TV와 비교해 제작 비용이 낮아 대형화를 통한 수익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OLED는 대형으로 만들기엔 아직 수율이나 수익성이 높지 않다.

■ LG전자 “삼성전자 8K TV는 8K 아니다”

8K TV 시대를 맞이하며 LG전자가 달라졌다. 좀 더 공세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LG전자는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8K TV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8K TV의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다.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는 “경쟁사(삼성전자) 8K TV는 픽셀(화소) 수로는 8K가 맞지만, 해상도 기준으로 8K가 아니다”며 “8K TV는 화소 수가 가로 7680개, 세로 4320개로 총 3300만개 이상 화소 수는 물론, 화질선명도 50%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TV 디스플레이 해상도 기준으로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 표준을 내세우고 있다. ICDM 합의 내용에 따르면 TV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픽셀 수와 함께 화질 선명도(CM, Contrast Modulation) 값도 측정 기준으로 삼는다. ICDM은 선명도 충족 기준으로 50%를 제시한다.

남호준 전무는 "(인터텍·VDE 측정 결과에 따르면) LG전자 CM 값은 90%, 경쟁사는 12%로 나왔다”고 언급했다. ICDM에서 제시한 화질 선명도 50%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니 8K TV가 아니라는 논리다.

이에 삼성 측도 발끈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오후 서울 R&D캠퍼스에서 8K 화질 설명회를 열고 8K TV의 화질은 화소수 뿐만 아니라 밝기, 컬러 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한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용석우 상무는 “CM은 1927년 발표된 개념으로 물리적으로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되었던 것으로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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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삼성과 LG의 8K TV 화질 관련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LG전자 측은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 관련 문제 제기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 TV/상품전략팀 백선필 팀장은 “(금을 따질 때) 18K보다 24K가 순도가 높으니까 값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며 “8K도 굉장히 비싼데, 그만한 가격을 지불할 때는 그만한 가치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구분하지 못한다고 스크래치 난 다이아몬드를 팔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