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사 수수료 우선 정책이 DLF 손실 키웠다"

DLF 중간검사 결과 발표...추가 검사 후 불완전판매 엄정 제재

금융입력 :2019/10/01 12:00    수정: 2019/10/01 14:47

금융감독원이 최근 판매된 해외 금리 연동 파생연계펀드(DLF)의 설계 및 판매 현황을 검사하는 가운데, 자산운용·증권·은행 등 연관된 모든 금융사가 수수료 수익을 우선시해 불완전판매한 정황들이 포착됐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해선 추가 검사에 돌입한다. 불완전판매 사례에 대해서는 엄정 제재하고, 소비자 보호 조치안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이 열렸다. 금감원은 지난 8월 23일부터 미국과 영국 이자율 금리 스왑(CMS) 금리 연계 DLF를 주로 판매한 KEB하나은행과 독일 채권 금리 연계 DLF를 대부분 판매한 우리은행에 대해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IBK투자증권·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 등 3개 증권사와 유경자산운용· KB자산운용·교보자산운용·메리츠자산운용·HDC자산운용 등 5군데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도 합동 현장 검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를 원승연 부원장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검사 결과, DLF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고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3천954건을 전수 검사를 한 결과 불완전판매는 약 20% 정도지만, 서류상 하자가 있는 경우만 계산한 것이라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제3자 면담으로 불완전판매로 확정되면 비율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간 검사에 따르면 은행·증권·자산운용사들은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데 집중해 불완전판매를 하거나 고위험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헷지(위험 분산) 책임을 미뤘다.

독일 채권 DLF를 주로 판매한 우리은행은 기초 자산으로 사용된 금리인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한 상태에서도 위험성 등 거래 조건을 변경해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해왔다. KEB하나은행도 영·미 CMS 금리 하락에도 관련 DLF를 판매해왔다.

독일 국채 DLF는 금리가 일정 기준선보다 더 떨어지게 되면 손실배수가 수 백 배로 확정되는 상품이다. 금감원 점검 결과 독일 국채 금리가 떨어지자 손실배수 기준선을 -0.20%에서 -0.32%로 낮췄지만, 손실배수는 200배에서 333배로 높였다.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던 지난 5월에도 우리은행은 664억원의 DLF를 팔았다. 영·미 CMS 금리 DLF를 판 KEB하나은행도 기초 자산 금리가 떨어진 4~5월에도 163억원어치의 DLF를 판매했다.

DLF의 기초자산 하락으로 투자자 피해가 예고됨에도 불구, 은행들은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DLF 판매 시 투자자로부터 선취 수수료 1.0%를 받았다. 이는 6개월 간의 수수료로 만기 연장이나 재예치의 경우 또 동일한 수수료가 부과된다. 은행들은 수립한 경영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DLF 판매 목표를 상향 제시하거나 일 단위로 영업본부에 실적 달성을 독려하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원승연 부원장은 "기존 고객에 대해 손실가능성을 통보하지 않거나, 통보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환매수수료 등으로 인해 손절 실적이 저조했다"고 말했다. DLF환매 수수료는 7%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DLF 설계 및 제조, 판매 과정.(자료=금융감독원)

증권사들은 투자자의 약정 수익률을 낮추고 자신들의 수수료 수익을 높여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DLF 상품을 설계하고 헤지(위험 회피)하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제안을 검토, 증권사는 펀드를 발행한다. 한 증권사는 독일 DLF 재발행을 외국계 IB에 요구하자 외국계 IB는 투자자 약정 수익률을 연 4.8%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이 증권사는 약정 수익률을 연 4.3%로 낮추고 증권사 수수료를 0.3%p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증권사가 이번 상품 판매로 챙기는 수수료 수준은 한 건당 0.39%(6개월 기준)다.

자산운용사는 한 자산운용사의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점검없이 공동으로 돌려썼다. 은행도 이런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검증없이 판매에 활용했다.

이 밖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직원 핵심성과평가(KPI)에도 문제가 발견됐다. DLF 판매 채널이었던 두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대한 비이자수익 배점은 다른 은행에 비해 2~7배 높은 반면 소비자 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했다.

은행 내규에 고위험상품 출시 결정 시 내부적으로 상품위원회 심의 및 승인을 얻도록 규정했으나, DLF 관련 심의를 거친 건은 1%미만이었고 일부 심의는 참석위원 의견을 임의로 기재해 승인하기도 했다. 원승연 부원장은 "두 은행의 내부 통제도 미흡한 점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8월 7일 기준 영·미 CMS 금리와 독일 채권 금리 연계 DLF 는 현재까지 7천950억원이 판매됐으며 만기 도래분을 제외하면 현재 잔액은 6천723억원이다. 남은 투자금액 중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6433, 영국 CMS 금리가 0.649%, 미국 CMS 금리 1.540%일 경우 예상손실액은 3천513억원으로 예상 손실률은 54.5%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 원승연 부원장은 "사실관계 확정 등을 위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 실시할 것"이라며 "합동검사를 통해 확인된 위규 사항 등에 대해 법리검토 등을 통해 추후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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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원 부원장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손해배상여부 및 배상비율을 결정하고 분쟁조정신청 건을 조속한 시일 내 부의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고객들의 불공정함으로 인해 억울함 없게 최선 다할 것이라며, 은행 임직원은 검사 과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고 분쟁조정과정에서 고객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책임감있는 자세 보여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