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판매, 은행 조직적 개입 의심…불공정 게임'"

금감원 중간 점검…"내부통제 미흡, 투자자보호 없어"

금융입력 :2019/10/01 16:14    수정: 2019/10/01 16:18

지난 8월 23일부터 해외금리 파생연계상품(DLS DLF)과 관련해 금융사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사와 고객 간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면서 금융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금감원은 파생연계펀드(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서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했으며, 상품 심의부터 판매 전 과정에 걸쳐 내부 통제와 투자자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 브리핑에서 원승연 부원장은 "금융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투자 손실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금감원은 금융 시장의 불공정으로 인해 투자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리·KEB하나은행의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연 'DLF 판매 금융사 규탄 집회'서 한 피해자가 발언하며 오열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금감원 김동성 은행 담당 부원장보 역시 투자자 선택권과 완벽하지 않은 정보들을 거론하며 불공정한 거래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김동성 부원장보는 "이 상품은 외국계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가 조건을 결정하고 은행이 판매에 착수하는 것인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 부분은 투자자가 설계 제조 공정에서 투자자 이익이 반영될만한 절차가 미흡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판매 과정에서 자기 책임하에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럴 경우에) 자기 책임이 성립하는데 그만한 능력이 없는 투자자에게 불완전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을 강요하거나 유인했다는 (불공정했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자자 홀로 제시된 수익률로 판단하고 내재된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공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원장보는 특히 우리은행이 대부분 판매한 독일 채권 10년물 금리 연동형 DLF의 경우 금리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손실 배수를 크게 상향 조정한 사례를 거론했다. 김동성 부원장보는 "금리가 하락하는데 손실 배수가 점점 늘어난다. 투자자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였다"면서 "투자자가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알았는지 의문이 든다. 70~80대 노인의 경우 더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금감원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DLF 판매 서류를 전수 점검한 결과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는 20% 수준이다. 고객이 은행에 내방하지 않았음에도 고객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펀드를 개설하거나 투자자가 투자 성향 설문 항목을 작성하지 않았음에도 직원이 임의로 입력한 경우 등이 드러났다. 불완전판매 비중은 서류상 검토한 것이라 분쟁 조정 절차를 거칠 경우 더 늘어날 확률이 높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독일 채권 연계 DLF 광고 문자. 손실 가능성, 이익보장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 중간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DLF 투자자 중 70%에 가까운 투자자들이 60~70대 이상으로 집계됐다. 60대 이상 투자자는 48.4%, 70대 이상 비중은 21.3%다. 또 파생상품과 같은 투자상품에 투자 경험이 전무한 개인투자자들 가입 건수도 830건을 집계됐다.

금감원은 DLF와 관련해 판매 은행들의 내부 통제가 미흡한 결과로 보고 있다. 상품 판매 시 은행들이 내규 상 만들어놓은 상품 심의(선정)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경영 계획에 맞추기 위해 DLF를 무리하게 판매토록 했다는 것이다. 김동성 부원장보는 "투자자 측면에서 상품의 위험성을 경고해야 하는데 DLF에 참여한 모든 금융사들이 경고를 하지 않았다"면서 "은행이 판매자로 투자자 위험을 경고하고 내부 통제를 잘 했느냐가 검사의 촛점이었는데 상품 심의(선정) 위원회가 내부통제를 할 만큼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금감원 이근우 일반은행검사국장은 "A은행은 위원장이 부서장이고 B은행은 임원급으로 구성됐다"며 "이 은행들의 행태를 보면 임의로 기재하거나, 파생상품별로 심의를 하기보다는 기초자산만을 보고 상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에 대한 현장 검사를 이어나가고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주문을 받은 후 펀드를 만드는 일명 '주문자 제작 표시(OEM) 펀드'에 해당되는지 등과 제조와 설계가 하자가 있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김동성 부원장보는 "제도 개선과 제재뿐만 아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융위와 협의 중"이라며 "내부 통제 강화, 판매 부분에서 규제를 강화할 부분이 있는 지 외국과 비교해서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뭐 할게 있는지 모든 가능성을 열고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

■ 불완전판매로 피해입었다면 은행으로부터 얼마받을까

금감원이 이번 DLF와 관련해 금융사의 일부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한 만큼, 불완전판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손해배상 여부 및 배상비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이 은행이 조직적으로 모의해 불완전판매를 직원들에게 유도한 것으로 잠정적으로 보고 있어 배상비율은 과거 사례와는 다르게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기사

금감원 원승연 부원장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며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된 개별 건의 배상 기준을 기초로 해 나머지 건에 대해서도 합의 권고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에 참석한 원승연 부원장.(사진=지디넷코리아)

금감원 김상대 분쟁조정2국장은 "통상적으로 불완전판매의 경우 배상 비율은 영업 창구 판매단계에서 설명 의무나 적합성 원칙 등을 지켰는지에 따라 결정됐다"면서 "이번 경우에는 은행 본점 차원까지 감안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달했다. 김상대 국장은 "이번 분쟁 조정은 과거와 다르게 판매자 중심에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나왔고 조직의 개입 정도, 즉 본점 차원에서 얼마나 개입됐는지가 검사 과정에서 나타나면 분쟁조정위원회를 할 때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