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시총 1兆 달러'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정진호의 饗宴] 연일 신고가 행진...혁신과 변화 절실

데스크 칼럼입력 :2020/01/17 16:19    수정: 2020/01/19 17:07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중이다. 삼성전자는 17일 장중 한때 6만2천원을 찍고 이날 6만1천300원으로 마감했다. 50분의 1 액면분할 비율로 환산하면 주당 306만5천원짜리다. 300만원 주가 시대는 삼성이 1969년 후발주자로 전자산업에 뛰어들었던 당시에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덕분에 한동안 300조원 주변을 맴돌던 시가총액은 이날 현재 365조원을 돌파하면서 400조를 향해 항해 중이다. '신경영' 선포 직전인 1992년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조6천억원(세전이익 2천3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8년 만에 기업 가치가 무려 100배나 증가한 셈이다.

반세기동안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산업화와 PC·인터넷·모바일 등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아시아, 아니 세계에서 삼성과 같은 기업의 유례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성장은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이 맺은 결실일 것이다. 또한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최고경영진의 위기관리와 깊은 고민이 오늘날 삼성전자를 만드는 큰 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1993년 6월 이건희 회장이 선언한 '마누라와 자식들을 빼고 모두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은 삼성전자의 품질 경영의 도화선이 됐다. 잠자는 삼성의 잠재력을 깨어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개혁의 선두에 섰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궤도를 수정한 개혁은 모두가 낡은 원칙주의에서 답을 찾지 못할 때, 시대와 현실을 직시한 리더십의 본보기였다.

그러나 2020년 대내외 사업 환경은 삼성전자에게 더 큰 변화와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에서 아직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앞날이 탄탄하지만 않다. 삼성전자는 미국, 중국 등 경쟁자들의 추격과 미세화 공정의 기술난제로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시스템 반도체 1등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막대한 시설투자와 사업 전략은 아직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 대만의 TSMC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보고도 나온다.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잡았던 스마트폰은 올해 안에 화웨이에게 덜미를 잡힐 수도 있겠다. 현 추세라면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 타이틀이 5G 장비 시스템을 앞세운 화웨이에 넘어가는 일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AI와 바이오 사업도 부단한 투자 없이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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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4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삼성이 미래를 준비하기 더 어려운 이유라면 이유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줄줄이 이어지는 재판으로 이사회 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2018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 부회장은 이날 네 번째 파기환송심 법정에 서 있다. 수동적 뇌물공여를 입증해 집행유예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정경유착 등 외부 권력를 차단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뇌물감시위원회도 만들었다.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사를 하지 못했다. 한시가 급한 글로벌 기업이 인적자원과 조직을 개편하지 못한 것이다. 새해가 지났는데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창업 22년만에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시총 '1조 달러(약 1천160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전자라고 시총 1조 달러를 넘보지 말라는 법은 없다. 2017년 반도체 호황기일 때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은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 혁신의 선두엔 강한 리더십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100년 기업도, 시총 1조 달러도 공염불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