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페이스북의 사진 자동태깅, 사생활 침해일까

얼굴인식 기술 둘러싼 흥미로운 쟁점

홈&모바일입력 :2020/01/23 09:18    수정: 2020/10/05 13:5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페이스북에서 '자동 태그'를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사진을 올리면 얼굴을 인식한 뒤 해당 인물을 태그해줍니다. 물론 이름도 알려줍니다. 가끔 엉뚱한 사람을 연결하기도 하지만, 정확도가 꽤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기능 때문에 페이스북이 집단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사진 자동태깅 기능은 집단 소송 대상이 못된다는 페이스북의 주장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때문입니다. 연방대법원은 2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상고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번 소송은 2015년 일리노이주에서 처음 제기됐습니다. 페이스북의 사진 자동태깅 기능이 생체정보 프라이버시법(BIPA)을 위반했다는 게 소송 이유였습니다. BIPA는 ‘얼굴 형태’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수집할 때는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규정을 위반할 경우 침해 건당 최대 5천 달러까지 배상해야 합니다.

이번 소송은 일리노이 주 페이스북 이용자 700만명의 집단소송 형식으로 제기됐습니다. 패소할 경우 최대 350억 달러 배상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씨넷)

당연히 페이스북은 “집단소송 대상이 아니다”고 맞섰습니다. 이용자들이 실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페이스북 주장입니다.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지했을 뿐 아니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선택권도 부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제9순회항소법원은 지난 해 “얼굴인식 기술을 동의 없이 사용함으로써 개인의 사적 영역과 구체적인 이익을 침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결했습니다. 페이스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지난 해 10월 연방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페이스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연방대법원이 상고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유죄’를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정확한 의미입니다. 집단소송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 "직접 피해 없다" vs "사적 영역 침범" 팽팽하게 맞서

대부분의 사생활 침해 소송은 ‘직접 피해’를 놓고 공방을 벌입니다. 그런데 이번 소송은 ‘피해 가능성’에서 출발합니다. 페이스북 주장대로 일리노이 주 이용자들이 사진 자동 태깅 때문에 직접 피해를 입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소송을 계속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결했던 제9순회항소법원의 생각은 다릅니다. 제9순회항소법원의 당시 판결문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단 개인의 얼굴 탬플릿이 만들어지게 되면 매일 사진을 올리는 수 억 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개인이 언제 특정 장소에 있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판결문은 좀 더 무서운 미래에 대해서도 경고합니다. 기술 발전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의 템플릿이 감시용도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스마트폰 잠금 장치 해제에 이용될 수도 있구요.

일리노이주의 생체정보 프라이버시법(BIPA)은 이 부분에 대해 가장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일리노이 주에서 페이스북을 제소한 건 그 때문입니다.

소송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이번 공방이 의외로 흥미로운 쟁점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 관심을 끄는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장 피해가 없는 데 미래 기술 발전까지 감안해 사생활 침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관련기사

둘째. 얼굴인식 기술 사용에 대해 공지했고, 또 해당 기술을 적용하지 않도록 선택권을 줬는데도 ‘사전 동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어떤 판결이 나오든 페이스북의 사진 자동태깅을 둘러싼 공방은 ‘사생활 침해’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실제 소송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 지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쏠립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