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기생충' 오스카 4관왕 숨은 조력자로

이미경 부회장 등 CJ그룹 문화사업 재조명

디지털경제입력 :2020/02/10 16:34    수정: 2020/02/10 22:08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오스카 4관왕에 오르면서 이 영화를 투자 배급을 맡은 CJ그룹(CJ ENM)의 글로벌 문화 사업이 다시 한 번 재조명 받고 있다.

1990년대 문화·콘텐츠 산업 불모지 때부터 한국영화, 드라마 등 문화 강국을 이끌어 온 CJ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사상적인 좌파 문화의 숙주 노릇을 한다는 황당한 루머와 오해에 휩싸이며 문화 산업을 진두지휘하는 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이 청와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가운데)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올라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뉴스1)

영화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거머쥐면서 101년 한국 영화사를 다시 쓰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날 '기생충' 책임 프로듀서 자격으로 시상식 무대에 오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하다. 그의 말투와 특별한 헤어 스타일을 좋아한다. 특히 그의 디렉팅을 가장 좋아하고 유머도 특별하다"고 기쁨을 전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기생충' 제작진들과 동생 이재현 CJ 회장,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영화 '기생충'이 이날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하기 까지는 CJ그룹의 25년간 이어진 한국영화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보이지 않은 지원이 있었다.

CJ는 지난 1995년 신생 헐리우드 스튜디오였던 드림웍스에 투자하면서 영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칸 영화제에만 총 10편의 영화를 진출시키는 등 한국영화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데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기획 단계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던 '설국열차', 칸 영화제 수상의 영예를 안긴 '기생충'까지 총 4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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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부회장과 함께 한국 문화사업의 든든한 조력자로 평가받는 이재현 CJ 회장의 '돈 벌려고 문화 사업 하지 말라'는 일화도 유명하다. 2013년 CJ는 식품 사업에 이어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제2의 융성기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영화와 드라마, 극장(CGV) 사업 등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던 시기였다. 당시 연초 사업전략 회의에서 모 임원이 '올해 문화 콘텐츠 사업에서 흑자를 내겠다'고 보고하자 이 회장이 '무슨 소리냐, 흑자 볼 생각 말고 더 많이 투자하라. 당분간 문화 사업에서 돈 벌 생각 마라'고 혼쭐(?)을 낸 일화는 지금도 회사 내 비화로 내려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국내서 개봉할 때만 해도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날선 문제의식을 제기한 영화 '기생충'이 칸에 이어 아카데미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우리 사회도 영화와 문화콘텐츠를 사상적 이념 진영의 눈이 아닌 다양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