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닝서프라이즈' 강조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서민은 왜 분노하나

대출 이자 상승세…수익 뒷면 서민들 고통 생각해야

기자수첩입력 :2023/08/02 10:05    수정: 2023/08/02 11:07

우리은행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다.

과거 잦았던 전산시스템 오류나 수 백억원 대 횡령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 때도 은행 자체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지금 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여론을 들끓게 한 것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한 마디였다. 조 행장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절박하다" "하반기에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로 가자"고 강조했다. 

이 발언이 금융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소비자들은 "은행이 이자로 수익을 내는데 어닝서프라이즈를 내겠다니. 도대체 얼마나 더 이자를 받으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지금 수준의 이자도 버거운 소비자들 입장에선 은행의 어닝서프라이즈 발언이 달가울 리 없었던 것이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기 위해 이자를 더 받으려고 하는 은행과 감정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8일 서울 우리은행 본점서 열린 '하반기 전략경영회의'서 발언하고 있는 조병규 우리은행장.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시장금리도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은행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의 상반기 실적은 사상 처음으로 9조원을 돌파했다. 이자로 벌어들인 돈만 19조8천억여원에 이른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자이익 19조원 뒤에는 '서민들의 땀과 피'가 스며 있다.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차주들의 생계 유지는 더 빠듯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은행과의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하반기에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가자"는 조병규 은행장의 말은 소비자들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막 선임된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선 경쟁사보다 뒤쳐지는 성적표에 위기감을 느낄 순 있다.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강한 어조를 동원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CEO들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서민의 삶과 직결된 기업의 최고 수장이라면 '대중적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 그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자 책무다. 

게다가 우리은행의 실적이 최악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2023년 상반기 이자이익은 3조7천570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7.9% 증가했다. 이자 이익 3조원은 결코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국내 제약 바이오 분야 1등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작년에 처음 연간 매출 3조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이자 이익만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매출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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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다면 대출 받을 일도 없다. 당연히 우리은행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원하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돈을 빌린다. 그리고 대출 금리는 돈이 있는 자보다는 없는 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강조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한 쪽만 보고 있는게 아닌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