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동철 신임 한전 사장에게

전문성 지적 극복하고, 한전 적자 해결 ‘경영의 묘’ 보여주길

기자수첩입력 :2023/09/19 17:53

호남출신. 4선 경력의 중진 정치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

모두 김동철 신임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수식하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자로 김동철 신임 사장 임명을 재가했다. 한전은 62년 만에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대통령을 맞게 됐다.

정치인 출신이란 수식어는 김 사장을 내내 괴롭힐 요소다. 김 사장은 하마평이 돌 때부터 한전에 필요한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200조원에 이르는 한전 부채와 맞물린 에너지 문제를 전문성 없는 김 사장이 해결하기엔 벅찰 것이라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한전 부채는 6월 말 기준 201조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192조에서 8조원 증가했다. 한전은 올해 2분기 2조2천72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9분기 누적 적자는 47조5천억원에 이른다.

김동철 한전 신임사장

김 사장은 의원시절 일명 낙하산 인사 방지법이라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도덕성 문제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사장 선임이 씁쓸한 이유다.

김 사장은 최우선 과제는 한전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이다. 김 사장이 맞닥뜨린 현실은 공공기관장을 앞에 세워놓고 훈계하던 정치인 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국가대표 공기업 한전의 사활이 그 앞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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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처한 현실은 기본적으로 원료를 비싸게 사서 완제품을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다. 이익을 내면서도 서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지 않아야 하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전기는 국가 근간이다. 전기가 무너지면 국가도, 산업도, 사람도 없다. 이제 막 출항하는 김동철호를 가로막을 생각은 없다. 정치인 출신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마술 같은 경영능력으로 시원하게 잠재우길 빈다. 정치인 출신이지만 에너지를 정치 공방의 도구로 쓰지 않을 그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