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전기차 캐즘…배터리 업계, 투자축소·비용절감 나서

LG엔솔·포스코퓨처엠, CAPA 투자 축소

디지털경제입력 :2024/04/27 10:00

전기차 시장의 성장 정체(캐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배터리 업계도 기존 투자 계획 축소를 발표하는 등 대응 전략에 나섰다.

전기차 캐즘은 작년 하반기부터 감지된 만큼, 현 시점에선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그럼에도 배터리 업계는 올초까지 투자 축소를 염두하지 않고 있었다. 생산설비 투자 이후 양산에 진입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 사이 전기차가 대중화 단계에 진입해 급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진정되지 않고, 이에 따른 여파로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 정책을 축소하는 행보를 지속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더욱 냉각됐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더해지면서 전기차 사업 수익성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차 판매 목표를 줄이고, 공장 건설을 중단하는 양상이다.

고객사인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생산량이 감축됨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도 몇 달 만에 생산 목표치를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재무 부담을 신중하게 관리할 필요성도 커졌다.

샤오미 전기차 SU7

지난 25일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은 1분기 실적과 함께 생산능력(CAPA) 감축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당분간 대외 환경과 전방 시장 수요 개선에 대한 가시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투자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보고, 능동적으로 투자 규모와 집행 속도를 조정해 다소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낮추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업부 간 유휴 라인의 이관, 경쟁 입찰 기반 설비 가격 인하 및 설치비 절감 등 자산 운용 최적화와 비용 절감을 꾀하겠다고 했다.

전기차 수요가 부진하면서 작년 4분기부터 가동률이 하향 조정된 유럽 폴란드 공장도 아직 고정비 부담이 상당한 상태다. 이에 운영 효율화를 모색해 하반기부터는 가동률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오는 2026년 양극재 생산량 목표치를 39만5천톤으로 발표, 이전 목표치인 44만5천톤보다 줄였다. 음극재도 같은 기준으로 기존 22만1천톤에서 11만2천톤으로 조정했다.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6조 1천287억원, 영업이익 1천573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은 매출 1조 1천384억원, 영업이익 379억원이다.

배경을 들여다보면 적자일 뻔 했던 실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1천889억원을 받았는데, 이 금액이 1분기 영업이익보다 크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전에 손실로 처리했던 재고가 소진됨에 따라 손실 처리한 금액을 467억원 가량 환입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다.

양사 모두 2분기 이후 실적은 다소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핵심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수요량이 감소하면서 CAPA 목표치를 하향하게 됐다. 배터리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시장 악재인 만큼 타 기업도 투자 축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셀 기업과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양극재 기업들은 내달 초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