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바인더젯, 양산 가능 3D프린팅 시대 앞당긴다

HP, 장비 공개…시장 선도 위해 데스트탑 메탈·GE 등도 개발

디지털경제입력 :2018/09/21 13:25

글로벌 전기전자기업 휴렛팩커드(HP)가 금속제품 양산이 가능한 메탈 바인더젯(metal binder jet) 3D프린터를 공개하면서 대량 생산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출력 속도는 빠르지만 시제품이나 주형 등을 만드는 데 그쳤던 기존 바인더젯 장비가 제조산업에서 생산 장비로 사용되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HP 외에도 여러 국내외 기업들이 잠재 수익성에 주목하며 장비를 개발 중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메탈 바인더젯이 상용화되려면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한다고 보고있다. 전통적인 주조 방식이나 현재 금속 3D프린팅 시장을 주도하는 선택적 레이저 융용(SLM) 방식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3D프린팅 공정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동화됐는지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21일 3D프린팅업계에 따르면 HP는 지난 10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 공작기계 전시회 ‘IMTS 2018’에서 메탈 바인더젯 방식 3D프린터인 ‘HP 메탈 젯(Metal Jet)’을 공개했다.

HP가 산업용 메탈 바인더젯 3D프린터를 지난 10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IMTS 2018'에서 첫 공개했다.(사진=HP)

바인더젯은 분말 형태 소재 위에 액체 접착제를 분사시켜 분말을 결합해 적층하는 방식이다. HP의 이번 제품은 금속 분말을 이용해 제품을 출력한다. 출력물은 전통적인 제조 방식인 금속사출성형기술(MIM)에서 사용하는 용광로에서 소결처리를 받으면 완제품이 된다.

그간 3D프린팅 시장에서 금속 제품을 만드는 대부분의 3D프린터는 SLM방식을 따랐다. SLM 방식은 금속 분말을 베드 위에 일정한 두께로 깔아놓은 후 원하는 부분에만 레이저나 전자빔 같은 고에너지빔을 주사해 선택적으로 융용, 결합시키면서 적층해 제품을 출력한다. 이오에스(EOS)와 컨셉레이저, 3D시스템즈 등이 SLM 장비 시장을 이끌고 있다.

SLM방식의 단점은 한 베드에서 여러 제품을 빠르게 출력하기 어려워 생산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반면 메탈 바인더젯은 한 베드에서 여러 제품을 빠른 속도로 뽑을 수 있다.

3D프린팅업계는 그동안 금속 부품을 양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당장 HP 외에도 2015년 설립돼 유니콘기업으로 꼽히는 데스크탑 메탈(Desktop Metal)과 지이 애디티브(GE Additive) 등 해외기업은 물론 국내사 센트롤도 메탈 바인더젯 장비를 개발 중이다.

데스트탑 메탈은 올 1월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개발 중인 메탈 바인더젯 3D프린터 관련 2가지 특허 등록을 승인 받았다. 지이 애디티브는 지난해 12월 ‘H1’라는 프로젝트명이 붙은 메탈 바인더젯 3D프린터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미 주조용 바인더젯을 자체 개발해 국내외에 판매 중인 센트롤도 메탈 바인더젯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D프린팅 기업들이 메탈 바인더젯 장비에 주목하는 이유는 약 12조 달러 규모(1경3천456조8천억원)의 세계 제조산업을 잠재시장으로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3D프린터를 구입해 3D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 역시 이점 때문에 HP 신제품은 물론 이후 등장하게 될 메탈 바인더젯 장비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

3D프린팅 업계 관계자는 “우주항공과 자동차, 의료, 전기전자, 교통 등 금속 제품을 사용하는 산업 분야는 매우 많으며 모두 금속 3D프린팅 잠재 시장이라 할 수 있다”며 “HP 제품 등장으로 금속 3D프린팅 산업이 주목받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대환 HP코리아 대표 역시 HP 메탈 젯 공개와 함께 “매년 자동차, 산업, 의료 부문에서 수천억 달러 규모의 금속 부품이 생산되고 있다”며 “HP 메탈 젯 3D프린팅 기술은 속도와 품질, 경제성을 제공해 고객들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로운 솔루션을 설계, 제조, 제공하는 방식을 재고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데스크탑 메탈의 메탈 바인더젯 3D프린터로 인쇄된 출력물이 열처리 공정을 받고 있다.(사진=데스크탑 메탈 유튜브 캡쳐)

■ 관건은 출력품 품질과 자동화 효율성

3D프린팅은 물론 제조업계 모두 HP 신제품이 가져올 변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 널리 퍼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HP 메탈 젯만 하더라도 글로벌 분말야금 및 제품생산업체 GKN 파우더 메탈러지(GKN Powder Metallurgy)와 금속 사출 성형기업 파마테크(Parmatech) 등에 우선 도입됐지만 오는 2020년부터 예약 고객사에 출하된다. 일반 고객 판매는 2021년부터 가능하다. 데스크탑 메탈 역시 최근 국내 고객사들을 찾아 자사 메탈 바인더젯 기술력을 소개했지만 출력물 품질에 대한 시편(test block)은 제한적으로 공개했다.

3D프린팅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메탈 바인더젯 장비들은 아직 상용화 전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메탈 바인더젯 3D프린터가 시장이 만족할 만한 완제품 품질, 자동화를 제공할 때 SLM방식 장비를 확실하게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P와 메스크탑 메탈, 지이 애디티브가 공개한 제품 이미지를 보면 출력물을 소결시키는 열처리 기계가 별도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메탈 바인더젯 장비에서 출력물을 꺼내 열처리 기계로 다시 집어넣는 수작업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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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관계자는 “MIM나 SLM방식으로 만든 제품들은 입자 치밀도가 매우 높다. 특히 MIM 방식은 고압 프레싱과 열처리 공정을 통해 치밀도가 99.5% 정도에 이른다”며 “메탈 바인더젯 장비 출력물은 치밀도나 인장 강도 등이 높은 수준에 이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메탈 바인더젯 장비가 빠르게 출력물을 만드는 장점은 갖췄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전체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보게 된다”며 “메탈 바인더젯 장비에서 바로 열처리 작업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연속 생산 공정이 가능해야 실제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