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의원 "벤처, ICT 분야 케케묵은 현안 반드시 해결"

[방은주기자의 IT초대석] "정치는 가치 싸움....공부 통해 가치 찾겠다"

인터뷰입력 :2020/06/23 15:40    수정: 2022/04/14 10:14

# 고등학교때 강남 8학군을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때 3학년 과정을 다 끝낼 만큼 대입 경쟁이 치열했다. 이과생이던 소녀는 대입을 위해 화학이나 생물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여학생은 수리에 약하다는 학교의 '전략' 때문이였다. 하지만 소녀는 물리랑 지구과학 두 개를 택하고 싶었다. 선생님에게 방법이 없는 지 물었다. 일년 내내 자습을 하면 된다고 했다. 소녀는 일년 내내 자습을 했다.

# KAIST에 들어간 소녀는 암호학으로 석박사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KAIST에는 암호학을 전공한 교수가 없어 소녀를 뽑기 힘들었다. 그는 "나를 들어가게 해주면 자습 하겠다"며 열의를 보였다. 결국 그는 입학했고, KAIST 사상 첫 여성 암호학 박사를 공부했다.

#그의 부모는 그가 교수가 됐으면 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길을 갔다. 학창 시절 어머니 속을 썩인 적이 없던 '범생이'였던 그는 처음으로 불효를 했다. 창업에 뛰어들었다. 암호학이 실용학문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어머니가 전혀 생각치 못한 일로 어머니에게는 '사건'이였다.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 이야기다. 그는 비례대표 13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무얼 하는데 해야 할 이유가 해결이 되면 사회적 인식이든 선입견이든 별로 신경을 안쓴다"며 위의 3가지 예를 들려줬다. 가치가 있고, 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면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감행'한다는 것이다.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내 DNA가 생각보다 굉장히 야성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난 20년간을 그는 보안기업 CEO로 살았다. 여의도 생활은 어떨까. "여의도에 와서도, 여의도에 적응을 하는 선택을 하기보다, 관찰하고 산업계 경험을 융합하는 시도를 할거다. 적응을 하다 부딪히면, 너무 부딪히면, 내 내부에서 왜?라는 의문이 생길 거고, 그러면 아마 나는 또 뭔가를 할 것 같다."

이영 의원이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광운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암호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 보안기업 테르텐을 설립해 20년간 운영했다. KAIST 사상 첫 여성 암호학 전공자이자 첫 여성 보안 기업 CEO로 숱한 여성 최초(first) 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을 비롯해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정보보호학회 부회장,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 사이버작전사령부 자문위원, 한국저작권보호원 이사 등을 거쳤다. 

지난 11일 그의 사무실(의원회관 337호)을 찾아 앞으로 할 일을 물어봤다. 이 의원은 "벤처와 ICT 분야에 누적되고 케케묵은 현안들이 많다. 이들을 반드시 하나하나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원 업무 첫날을 현충원 참배로 시작했다. 지난 몇주간의 소회는

"생각한 것 보다 당이 굉장히 건강하더라. 처음 의총에 들어가 깜짝 놀랐다. 103명중 초선이 58명인데, 궁금한게 있으면 바로 손을 들어 물어보더라. 단상에도 거리낌없이 올라가 의견을 표출한다. 초선중 정치부 기자 출신, 정당 경험자, 차관 및 지사 출신 행정가 등이 있다. 이들은 초선이지만 내공이 다르다. 이해 안되는게 있으면 가만히 안 있는다. 왜 그래야 하냐고 거리낌없이 묻는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계속 토론을 했다. 뒤에 앉은 선배들이 "그렇게 길게 할 것 있냐"는 말도 하더라. 중요한 의사 발언은 전날 신청하기도 한다. 이게 초선의 힘인지, 리더십 변화인지 모르겠다. 둘 다 일 수도 있다. 선배들이 이전과 다르다고 하더라."

-페북에 많은 축하인사가 달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 의원실 팀명이 올리브영(All live young)이다. 이승민 보좌관이 아이디어를 냈다. 누군가 올리브영으로 4행시를 지어줬다. 올리고(정책은), 리드하고(국정은), 브이브이하고, 영 돌아오지 마라고 했다. 미소가 절로 나왔다. 내 이름이 영이고, 우리 의원실이 젊고 혁신적으로 살자는 의미도 있다."

이영 의원과 보좌진. 올리브영이라는 팀명을 갖고 있다.

-의원 이전 직책은 어떻게 하나. 예컨대 Y얼라이언스인베스트먼트 CEO와 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은 유지하나

"다 내려 놨다. 외부 직책은 하나도 없다. 법적으로 의원은 기업을 못한다. 비상근직은 부회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굳이 할 필요가 없어 다 내려놨다."

-당에서 맡고 있는 직책이 있나

"지난 11일 출범한 경제혁신특별위원회(경제혁신위) 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윤희숙 의원이 위원장이다. 윤 의원도 초선이다. 지속가능한 경제 등 세 부문으로 나눠 활동한다. 대학 교수들도 참여한다. 원내서는 나와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인 윤창현 의원이 참여한다. 데이터청 등을 다룬다."

-21대에 초선이 많아 공부 모임이 많다고 들었다. 어떤 공부 모임에 참여하고 있나

"공부모임은 포럼과 달리 타이트하다. 매주 참석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초선이 많다보니 치열히 공부하는 모임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당은 여당에 비해 숫자가 적다. 내용에서 압도하지 않으면 4년 내내 지는 게임을 한다. 치열히 공부해야 한다. 현재 3개 공부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일 결성한 '초심만리'는 초선 의원 모임이다. 정당 개혁을 포함한 정치 개혁을 논의한다. 매주 화요일 오전 7시 30분에 모이는 '730'도 있다. 우리 당의 정책 브레인을 지향하는 '금시쪼문'에도 참여해 간사를 맡고 있다. "

-공부 모임 외에 참여하고 있는 포럼은

"포럼은 현재 두 개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경제미래연구포럼(디지털경제포럼)은 나와 우리 당 허은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이상직 의원 등 4명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 4명 외에 윤영찬(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용(미래통합당) 의원은 정회원이고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준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준의원이다. 국가 경제 발전과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달에 한번씩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디지털경제포럼 외에 나와 같은 기업인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갈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나도 IT 기업인 출신이고, 양의원도 IT 기업인 출신이다. 당파를 떠나 ICT 기반 신경제 모델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정치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누구의 말이 결정적이였나

"내면의 말이 가장 컸다. 내 생일이 현충일이다. 작은 아버지가 전쟁(월남전) 참사자다. 할머니와 할버지랑 같이 살았는데, 내 생일때마다 눈물바다였다. 초등6학년까지 생일 파티를 한 적이 없다. 국가와 애국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여성벤처협회장을 했는데, 내 안에 공익적 DNA가 있더라. 사회적, 공익적 봉사 기회가 오면 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곤 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Y얼라이언스인베스트먼트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만일 30대때 (정치인) 콜을 받았으면 안했을 거다. 선배 중 한 사람이 나에게 그랬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은데, 이제 중년이니 최고가 되보라고. 아직 최고를 지향할 나이가 아닌 것 같다. 지금처럼 계속 최초를 만들어 가다보면 이중 하나에서 최고가 되지 않을까, 그러면 감사한 일이다."

-비례대표 콜은 언제 처음 받았나

"2월말이다. 그때까지도 나는 회사 영업 뛰고 있었다. 전화를 받았더니 한번 보자고 하더라. 혹시나 하고 나갔더니 역시나였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몇차례 연락을 받고 고민 끝에 수락했다. 나를 인정하고 기대해주는 것에 감사했다. 벤처 분야 여성 선배들도 적극 권유했다. (비례대표) 원서를 낼때만 해도 큰 기대를 안했다. 가능성을 50% 정도로 봤다."

-CEO에서 의원이 되니 뭐가 제일 다른가

"지난 20년간 급여를 줘야 한다는 삶을 살았다. 이 삶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는데, 이게 이렇게 엄청난 건지 처음 알았다. CEO로 있을때는 내 인생이나 의사결정의 우선 순위가 급여를 줄 수 있는냐, 고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냐였다. 지금은 바뀌었다. 이게 국민에, 대한민국에 맞는냐, 또 우리 당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냐를 먼저 생각한다. 골프는 힘을 빼야 멀리 간다. 이런 느낌이다. CEO로 있을때는 온 힘을 주고 뛰어 다녔다. 지금은 사명감과 책임감이 더 크고 무거워졌다. 대신 힘을 빼야 한다. 그래야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나를 내려 놓고, 업계에, 국가에 기여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철학적 고민을 많이 한다. 우리 당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내가 입법할 방향성은 무엇인지, 의미있는 일을 해놓고 돌아가야하는데, 이런 고민을 한다. '주인으로 살라'는 인문학 강연으로 유명한 최진석 전 교수를 후원회 회장에 모신 것도 그런 이유다. 선진국을 뛰어 넘는, 고도의 정신문명이 베이스가 된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내가 어디에 포커스를 해야 할까, 이런 이야기를 최 교수와 한달에 한번 만나 하려고 한다. 최교수와의 인연은 5년 정도 된다."

-선호하는 상임위와 1호 법안이 궁금하다

"중소기업과 벤처, 스타트업을 다루는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가려고 한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법안은 지난 12일에 1호를 대표 발의했다. 중소, 벤처기업에 우수한 인력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중소, 벤처 기살리기 패키지 3법'이라는 명칭의 법안이다. 벤처기업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이익에 대한 비과세 한도 확대 등을 다뤘다."

지난 12일 1호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이영 의원

-보안기업을 20년간 운영해 소프트웨어(SW)에 관심이 많은 줄 알고 있다. 특히 SW 제값받기에 관심이 높은데

"SW정책연구소가 2018년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년 이상 SW기업 생존률이 0.3%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실감이 안나다 보니 가끔 3%라고 실수하곤 한다. 나는 관(官)이 마중물 이상을 하면 모든 의도를 경직시킨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법을 만들어 공공 쪽에 여러 가지를 강제화했다. 그런데 민수가 변했나? 안변했다. GDP에 큰 영향을 주는 대기업과 민간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SW에 제 값을 주고 같이 가는게 내 사업도 크고 대한민국 경제도 튼튼히 하는 길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어렵고 힘들고 오래걸리지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걸 해야 지속성이 있다. 필요하면 법제화도 해야 한다. 법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인식과 사람의 인식에 기반한 행동들이 세상을 바꾼다. 이걸 가속화하기 위해 필요한게 법제화다. 화려하고 멋진 법보다 산업계 요구를 담은 법안을 내겠다."

-20년간 기업 CEO로 있으면서 아쉽거나 생각나는 건

"이임식때 회사 사람들이 과거 일을 사진으로 편집, 영상으로 보여줬다. 엄청 울었다. 왜 울었나 생각해보니, 참 가슴 아픈 일이 많았고, 어려운 일도 숱했다. 20년전 많은 업체들이 같이 사업을 시작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남아 있는 기업도 영광보다 여러가지 상처가 많고 생존에 급급하다. 20년 기업 생활로 확실히 건진 건 있다. 견디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다. 이건 만들어진것 같다."

-그렇게 어려웠는데 다시 창업을 하라고 한다면

"다시 도전을 한다. 하지만 이전처럼 학생창업 같은 무모한 건 안한다. 대기업 가서 한 5~10년 일을 하며 다 겪어보고, 시스템도 알고, 이런 후 팀을 짜서 창업을 하겠다. 내가 오해하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국가 문제인 청년 실업과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할 신성장 동력 육성은 떼어서 생각해야 한다. 절대 이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못 잡는다. 두 토끼 잡고 싶은 건 희망사항이다. 뛰어가려는 한마리 토끼도 막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한다."

-300명 의원 중 절반인 151명이 초선이다. 초선간에도 경쟁을 해야 하지 않나. 어떤 비교 우위 전략을 갖고 있나

"초선간 경쟁을 해야 할까? 20년 기업 경험과 과거를 돌아보면 경쟁보다 더 중요한 건 목표를 확실히 하고 꾸준히 하는거다. 나와의 레이스가 중요하다. 내 레이스가 성공을 하면 사람들이 내 쪽으로 몰려온다. 내 패이스대로 하면 될 것 같다. "

-어떤 패이스를 보여 줄 건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과학기술인데, 거창한 거 필요 없다. 누적되고 케케묵은 현안들을 반드시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법안, 사회계몽, 포럼 등이다. 두번째는 가치있는 정치다. 정치는 가치의 싸움이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장기적으로 보며,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이 가치를 현실화하기 위해 어떤 정치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자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여러 공부 모임과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공부를 통해 현실을 녹일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내겠다."

-ICT 홀대를 지적하며 국회의 디지털 리터리시가 낮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엄청 낮다고 본다. 국회에 와 정말 충격을 받았다. 의원들이 가장 관심 없어 하는 분야가 과학기술이다. 그 다음이 ICT고 벤처다. 표랑 연결이 안되다 보니 그렇다. 표랑 연결이 되려면 수가 많아야 하고 시끌벅적해야 한다. 과학기술과 ICT, 벤처는 수가 꽤 되지만 '조용한' 무당파다. 정치에 관심이 없고 이의 제기를 안한다.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니 의원들도 관심이 없다."

-21대 국회에 이공계 의원은 얼마나 되나

"9.7%다. SW와 ICT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 적다. 그들(비이공계)이 보기에 SW와 ICT 등은 이해가 안되는 분야다. 그러니 다양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보다 많은 이공계 출신들이 국회에 와야 한다. 국회 밖 사람들과도 열심히 소통하려 한다."

-속해 있는 미래통합당의 디지털화 정도는 어떤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사람도, 인프라도 거의 없다. 그만큼 내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어느 인터뷰에서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도 자체는 좋다. 하지만 담당하는 소속 부처가 다양하고 관련 법률도 많다. 없는 것 보다 좋지만 스피드업을 위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것 같다."

-정부가 작년말 발표한 국가AI 전략은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회의적이다. AI는 ICT와 과학기술이 중간에 얹혀있는 영역이다. AI를 가지고 이용하는건 ICT 파트고, AI 알고리즘을 올리는 건 과학기술이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원천 알고리즘을 갖는 건 20년, 30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AI 활용 강국은 될 수 있을 거다. 원천 기술은 장기적 투자와 기다림, 이런게 선행이 안되면 우리나라는 원천 기술을 확보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예전 산업화 시대에는 원천기술이 없어도 카피를 하면 됐다. 우리는 손재주가 좋아 빠르고 정확히 잘 만든다. 하지만 AI는 무형이고, SW도 후진국이다. 과학기술에 장기 투자도 하지 않는다. 기다려주지 못하니 깊이 있는 연구가 안 나온다. 우리가 취약한 두 분야가 AI 강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원천기술과 SW, 둘 중 하나라도 있으면 절름발이라도 뛰어 갈텐데, 안타깝게 두개 모두가 없다. AI강국이 되려면 원천 기술을 어느 궤도까지 올리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예를 들면 20년 안에 강국이 된다든가, 이런 식의 구체적인 진단과 체계를 잡아야 한다. 지금의 AI강국은 멋있기만 하다. 박스 포장이 멋있는 것과 알멩이가 멋있는 것은 다르다."

-중기부가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정부는 너무 잘하고 있다고 본다. 더 잘하는게 필요한게 아니라, 그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나라를 보면 불모지일때 정부가 견인하고, 생태계가 조성되면 민간에 넘긴다. 국가 주도 스피드와 민간 주도 스피드는 비교가 안된다. 자율적 생태계가 만들어져 민간이 리드해야 스피드도 나고 견고해진다. 자식 키우는 것과 똑 같다. 처음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되면 그만 해야 뛰어 나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너무 많은 걸 지원한다. 1세대 벤처 붐이 일어난 건 벤처인들이 테헤란로에 모여 회오리를 만든 거다. 정부가 제2 벤처붐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요에 의해 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이건 아니라고 본다. 선생님이 뛰는 법을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뛰어야 하는 사람들이 왜 뛰어야 하는지 알고, 가슴이 뜨거워져야 한다. 딱 여기까지만 하면 벤처붐이 일어날 것 같다."

-어느새 여성 과기인과 IT인, 벤처인의 롤 모델이 됐다. 이 의원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어머니다. 평생을 밖에서 일을 했다. 올해 79세인데 지난 2월에야 일하는 걸 멈췄다. 경제적 독립심이 무척 강했다. 딸만 셋인데, 늘 웃었다. 바깥일로 삶이 팍팍했을 텐데,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면 항상 웃는 얼굴로 "영아야~"하며 들어왔다. 대인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업(業)에 대한 가치는 어디다 둬야 하는지, 지나고 보니 이런건 다 어머니 영향을 받았다. 김명자 전 과총(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도 롤 모델이다. 이공계 전공으로 교수에 국회의원, 장관까지 했다. 44년생이신데,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여성으로, 이런 커리어를 만드는게 쉽지 않다. 전문성을 지니면서 사회 및 국가를 위해 다양한 봉사를 했다. 국회에 입성해보니 더 롤 모델이 됐다."

인터뷰 중인 이영 의원. 국내 첫 보안 분야 여성 CEO 등 많은 최초 기록을 갖고 있다.

-하루 24시간이 궁금하다

"아직 수습기간이다(웃음). 어제도 미팅을 10개나 했다. 감당 할 수 있는 건 다 할 예정이다. 주위에서 다 하면 죽는다는 말을 하는데, 수습은 보통 3~6개월이고, 빨리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 해야 하니, 내가 취사 선택하면 안된다. 그러면 내가 하려는 그림만 계속 그린다. 현재는 감당 가능한 건 다 하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리를 시작할 거다. 지금은 바쁘게 지내고 있다. 잠은 5~6시간 정도 잔다."

-페북에 올빼미 형이라고 썼다

"야간 올빼미 형이다. 지난 20년을 그렇게 살았다. 의원이 된 후 '아침형'으로 변신중이다. 보통 의원 공부가 오전 7시반에 시작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새로운 챌린지다.(웃음)"

-아이 오프닝(eye opening)이나 나를 바꾼 책이나 영화가 있다면

"매트릭스 광팬이다. 영화에서 무얼 꽂으면 다른 세상으로 이동한다. 새로운 세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매트릭스는 육신에, 지구에, 현상계에 갖힌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줬다. 영화보고 집에 안갔다. 놀이터에 가 모래밭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무인도에 가면 가지고 갈 3가지를 꼽는다면

"가족사진과 스마트폰, 책 한권이다"

-좌우명이나 경구는

"이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인이였을때는 어려울때마다 되새긴 경구가 있다. 일본 마스시타 설립자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스시타 고노스케가 한 말이다. 기업을 망하게 하는 건 실력이고 기업을 성공시키는 건 운이니, 운이 올때 까지 실력으로 지켜라는 뒤의 '운이 올때까지 실력으로 지키라'는 건 마스시타 말이 아니라 선배가 해 준 말이다. 선배는 이 말을 해주며 내가 한 말이 아니고, 경영의 신이 한 말이니 믿으라고 했다. 기업을 하면서 매일매일을 투쟁하듯 살았다. 이 말이 힘들때 마다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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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 및 스트레스 해소법은

"라틴댄스를 춘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아무 생각없이 춤을 춘다. 이제 페이스북에 안 올린다(의원이 되기전 그는 라틴댄스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곤 했다). 몰래 할 거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