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대, 드롭박스 생존할까?

거대 기업 가격공세에 전문업체 불확실성 커져

일반입력 :2014/08/03 13:07    수정: 2014/08/03 14:13

황치규 기자

클라우드 스토리지 가격이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공짜로 뿔려지는 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진원지는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이름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대 IT업체들.

이들 업체들로 인해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장군멍군식의 클가격 인하 레이스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커피 한잔 값도 안되는 가격에 매월 100GB 용량의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최근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둘러싼 가격 전쟁은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어색치 않다. MS는 최근 15GB 스토리지를 무료로 뿌리고 나섰다. 100GB 용량 가격은 월 1.99달러로 낮췄다. 이전보다 70%나 저렴해진 수치다. MS는 오피스365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스토리지 공간도 1테라바이트(TB)로 늘렸다.

구글도 맞불을 놨다.

MS처럼 100GB 용량 가격을 1.99달러까지 낮추더니 지난달에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 기업들이 데이터를 원격에서 저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판주라(Panzura)를 손잡고 2테라바이트(TB) 무료 스토리지를 1년간 제공하는 프로모션까지 들고 나왔다.

가격 경쟁 경험이 많은 아마존의 경우 200GB 용량을 월 5달러에 선보이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애플도 아이클라우드 스토리지 플랫폼 가격을 내렸다.

문제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가격인하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것이다. 구글과 제휴한 판주라의 랜디 초우 CEO는 내년에는 올해의 절반, 그 다음에는 또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다고 예고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가격이 공짜를 향해 달릴 것으로 보는 뉘앙스가 진하게 풍긴다.

이쯤되면 묻게된다.

공룡 기업들이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공짜에 가까운 수준으로 뿌려대고 있는 상황에서, 이걸로 먹고 사는 전문 업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 드롭박스나 박스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전문 업체가 공룡 기업들의 가격 공세속에서 버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외신속에 비친 박스나 드롭박스의 미래는 우려의 시선도 꽤 보인다. 드롭박스나 박스 모두 수익성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상황이다. 뭐좀 해볼려고 하는 순간에, 거대 기업들이 주도하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가격 전쟁이 터졌다.

드롭박스나 박스 입장에서 가격으로 이들과 싸울 수도 없는 처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밝게만 보였던 두 회사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보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에 따르면 클라우드 스토리지 스타트업들은 지난해 벤처캐피털로부터 모두합쳐 12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다우존스는 이중 박스가 3억5천만달러, 드롭박스는 2억5천만달러를 끌어들였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박스나 드롭박스 모두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박스는 지난해 1억6천9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은 1억900만달러, 2011년은 5천만달러 적자였다. 투자를 넉넉하게 받아뒀다고 해도 여유 부릴만한 입장이 아니다. 최근 박스는 1억5천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2015년 7월까지 주당 20달러 이상에 IPO를 하기로 약속했다. 못지키면 투자자들에게 벌금을 물어야 한다. 박스는 지난 3월 IPO를 신청했지만 주식 공개는 계속 늦어지는 상황이다.

드롭박스를 둘러싼 상황도 만만치 않다. 드롭박스는 가입자가 3억명이나 되지만, 무료를 많이 쓰는 개인 사용자 비중이 크다. 수익성 관점에선 투자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박스나 드롭박스 모두 공룡 기업들의 공세를 예상한 듯, 언제부터인가 단순히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넘어서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기업 시장 공략이 핵심이다.

박스는 기업 고객들이 안전하게 클라우드 환경에 파일들을 저장할수 있도록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다. 의료 관련 파일들을 암호화하기 위해 병원들과도 손을 잡았다. 자사 기업 고객들에게 무제한 클라우드 스토지리를 제공하겠다는 맞불도 들고 나왔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매출도 빠르게 느는 추세다. 2012년 박스는 5천88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1억2천420만달러로 늘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지난해의 2배 수준이다. 박스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돈내고 쓰는 기업 고객수도 3월 3만4천개에서 지금은 3만9천개까지 늘었다.

관련기사

드롭박스는 기업 시장 공략 차원에서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협업 툴을 추가하면서 변신을 꾀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이를 위해 드롭박스는 메신저, 빅데이터 기술 전문 업체 등을 인수합병(M&A)하기도 했다.

거대 기업들의 무차별 가격 공세속에 드롭박스와 박스는 차별화를 통해 생존을 도모할 수 있을까? 글로벌 IT업계에서 두 회사의 행보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