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가상자산 사업자 허가제 도입...특금법 주요 내용 총정리

[이슈진단+] 특금법 통과, 가상자산 산업 영향 분석(상)

컴퓨팅입력 :2020/03/09 17:36    수정: 2020/03/12 15:52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에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 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가상자산 관련한 첫 번째 법제화다. 현재 가상자산 산업이 법제도 공백 상황에서 형성된 만큼, 특금법 시행 이후 산업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특금법이 무엇인지, 가상자산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상자산 과세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상·중·하 총 3편에 걸쳐 분석한다.[편집자주]

이번 특금법 개정은 국제적인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 기준에 국내 법률을 맞추기 위해 이뤄졌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2018년 10월과 지난해 6월에 걸쳐 발표한 권고안 및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회원국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제 또는 면허제를 도입해야 한다.

FATF 권고안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권고안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회원국은 FATF 상호평가에서 부정평가를 받고, 국제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이행 강제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FATF 권고안을 반영한 특금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개정된 특금법의 주요 내용도 FATF 권고안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맞춰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의 ▲가상자산 사업자의 준수사항 ▲금융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할 때 준수해야 할 의무 등을 담았다. 국무회의에서 개정된 특금법이 공포되면, 준비기간을 감안해 1년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FATF 권고안과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면 1년 뒤 시행될 예정이다.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사업자 법적인 정의 생겼다...특금법 대상은 시행령서 별도 논의

그동안 국내에서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통화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던 것이 특금법에는 가상자산으로 통일됐다.

가상자산의 정의는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한다)를 말한다"고 내렸다. 단, 정의가 다소 포괄적이므로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교환성이 없는 전자적 증표나 게임 아이템, 전자등록주식, 전자어음, 전자선하증권 등 제외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가상자산이라는 용어 선택에는 전자지불의 수단으로써 의미는 축소하고, 단지 자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바라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같은 맥락에서 FATF도 권고안에서 버추얼애셋(Virtual Asset)이란 용어를 채택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의도 처음 내려졌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가상자산 사업자로 정의하고, 가상자산과 관련해 ▲매도, 매수 행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이전하는 행위▲ 보관 또는 관리하는 행위 ▲매매나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을 중개, 알선, 대행하는 행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가상자산 사업자로 본다고 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지갑 서비스 운영업체, 커스터디 업체, 전문 트레이더 등 사실상 가상자산 산업 모든 사업자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가 특금법에 명시된 의무를 부과받는 것은 아니다.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사업자는 별도로 정해질 예정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마련할 시행령에서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대상 ‘가상자산 사업자’의 범위와 법 적용 대상이 되는 ‘가상자산’의 범위를 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PIXABAY)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사실상 '허가제' 도입...신고 기한 2021년 9월 쯤 될듯

특금법에 가상자산 사업자가 신고의무가 명시되면서, 우리나라도 사실상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허가제가 도입됐다는 점이 이전과 구분되는 큰 변화다.

특금법에 허가제라는 표현은 없지만,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FIU가 신고를 수리하는 형태이고,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해 강제력을 갖춘 만큼, 사실상 허가제 도입으로 봐야 한다.

신고 수리 요건 중 핵심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확보와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 획득이다. 이밖에도 대표자가 범죄경력이 없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의 경우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 신고해야 한다. 법 공포 후 1년 뒤 법이 시행될 예정이라, 2021년 9월 전 쯤이 신고 마감기한이 될 전망이다.

내년 9월까지 기존사업자들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확보하고, ISMS를 획득해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현재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업체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업체뿐이다. 고팍스와 한빗코는 ISMS만 획득한 상태다.

현재 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자에 추가적으로 실명계좌 발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명계좌 개시 기준이 별도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금융위는 산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하여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개시하는 기준과 조건 및 절차'를 시행령에서 담을 계획이다.

■가상자산 거래에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가상자산 사업자와 은행 모두 해당

개정된 특금법에는 기존 '금융거래' 부과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금융거래 등'으로 수정해 가상자산에도 적용되도록 했다.

이에 금융거래 등에 포함되는 가상자산 거래 시에도 고객 확인 의무가 부여됐다. 또, 고객의 자산과 사업자의 자산을 분리 보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의심 거래 발생시 보고 의무를 위해 고객별 거래내역을 분리해 관리하도록 했다.

단, FATF 권고안에서도 논란이 된 트래블룰 이행에 대한 논의는 특금법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가상자산을 보내는 사람은 물론 받는 사람까지 파악하고, 정보요청시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사업자가 고객확인을 통해 보내는 사람의 정보는 알 수 있지만, 받는 사람이 누군지는 기술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 입장에선 고객확인 의무를 받았지만, 어떻게 준수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와 ISMS를 획득해 놓은 대형 업체에게 트래블룰 준수가 가장 난감한 과제로 남았다.

기존 금융회사도 개정된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 관련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받았다.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할 경우, 사업자의 기본사항(대표자, 거래목적 등), 신고의무를 이행 여부, 신고 직권 말소 사항에 해당 여부, 고객 자산 분리해 보관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또, 사업자가 FIU에 미신고하거나 자금세탁 위험이 특별히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금융거래를 의무적으로 거절 또는 종료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FIU와 금융회사에서 이중으로 신고 의무 및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을 확인받아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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