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품는 협업 비즈니스 커야 블록체인 뜬다"

[2020 블록체인을 말하다]③한국IBM 블록체인 기술총괄 박세열 상무

컴퓨팅입력 :2020/04/27 16:19    수정: 2020/06/19 15:08

엔터프라이즈(기업용) 블록체인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2~3년 안에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IDC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솔루션에 대한 지출이 2023년까지 159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2018~2023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CAGR)은 60.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가트너 역시 2025년까지 블록체인으로 늘어나는 비즈니스 가치가 1천760억 달러 규모 이상이 될 것이며, 2030년에는 3조1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글로벌 전망과 달리 아직 국내에선 블록체인 확산 분위기를 체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파일롯 형태로 도입한 기업은 많지만, 이후 실제 업무에 적용했다는 얘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 전망과 한국 시장의 온도차가 상당한 이유는 뭘까.

한국IBM의 블록체인 기술총괄 박세열 상무는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도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이 아니라 협업 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며 "국내의 경우 이런 비즈니스 생태계가 형성되기 전이라 기업용 블록체인 시장도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IBM 블록체인 기술총괄 박세열 상무

박세열 상무는 국내 기업용(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지금까지 블록체인 전도사로 금융, 물류, 유통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의 블록체인 도입을 지원해 오고 있다. 이런 진단도 지난 수 년간 국내 블록체인 산업을 가장 근접거리에서 지켜본 후 나온 결론이다.

박 상무는 블록체인을 "경쟁사와도 협업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경쟁'에서 '협업'으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바뀌고, 경쟁사를 포함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 블록체인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란 설명이다.

블록체인이 풀어야 할 과제..."경쟁기업 끌어 안는 협업 비즈니스 생태계 어떻게 만들 것인가"

Q.블록체인 무용론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기업용 블록체인 산업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성장해야 한다고 보나?

"블록체인이 나아갈 방향은 결국 기업들이 신뢰 기반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게 해주는 데 있다. 그동안 기업들이 경쟁업체와 차별화 되는 강점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 IT 기술을 도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

따라서 지금 블록체인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도 기업들이 경쟁이 아닌 협업의 가치를 체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기술이나 블록체인 플랫폼이 가진 한계 보다 비즈니스 협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블록체인 산업 성장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국내의 경우는 이러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현재 국내 기업 블록체인 산업이 침체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계를 극복하고 기업들 간 협업할 수 있는 모델이 개발된다면 빠르게 성장해 나갈 것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체인은 여러 산업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형성하는 '시장 창조자'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Q.블록체인으로 다양한 주체가 협업한 최근 사례를 소개해 준다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데이터 허브'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든 사례가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 허브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드는 가장 큰 이유도 '신뢰'가 필요해서다. WHO, 각국 보건 당국, 개개인이 데이터 허브에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데,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에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개별 데이터는 교차 검증을 통해 오류를 바로 잡고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가 참여해 데이터 출처 확인과 검증에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렇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감염 경로 파악하고 모니터링에 활용, 무증상 감염자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WHO 데이터허브 프로젝트인 미파사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기업과 단체들.

■"글로벌 산업 표준으로 자리잡은 하이퍼레저 패브릭"

Q.WHO 데이터 허브에도 하이퍼레저 패브릭이 사용됐다. 최근 기업용 블록체인 분야에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보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에 대한 선호가 커지는 분위기인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IBM이 코드를 기여해 탄생한 오픈소스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현재 리눅스재단 관리 아래 운영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하이퍼레저 패브릭이 산업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장 구축사례가 많고,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기업과 가장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기반의 쿼럼이나 R3의 코다는 금융산업에서 활용 사례가 집중된 반면,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범용적으로 모든 산업에서 활용가능해 표준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할 때 ▲다양한 참여자를 수용할 수 있는 확장성 ▲실시간 처리할 수 있는 성능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의 데이터 전송시 발생되는 지연시간 ▲블록 사이즈 및 대여폭 ▲효율적인 합의알고리즘 ▲프라이버시 확보 ▲보안 등의 요소를 고려한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범용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이런 요구사항이 플랫폼에 빠르게 적용됐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이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Q. 지난 1월 하이퍼레저 패브릭 2.0 버전이 나왔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 표준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방향성에 따라 이번 2.0 버전에는 분산 체인코드(스마트 컨트랙트) 라이프사이클, 외부 체인코드 지원, 프라이빗 데이터 콜렉션(Private Data Collection) 개선, 프로그래밍 모델 개선 및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분산 체인코드 라이프사이클 기능은 체인코드에 '분산 관리 방식'을 도입해 각 피어에 체인코드를 배포하고 채널을 시작하는 새로운 프로세스 방식을 제공한다. 이는 여러 참여기관이 보증정책(Endorsement Policy)처럼 체인코드 매개변수의 동의를 통해서만 배포가 가능해진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Q.앞으로 토큰 발행 기능도 추가된다고 하는데, 기업에서 블록체인 기반 토큰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글로벌 표준화 단체인 TTI를 통해서 토큰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IBM도 토큰 표준화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2020년내에 패브릭 내에 정식으로 토큰 기능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러한 토큰 기능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 간에 호환가능한 토큰으로 발전되고 있다. 즉, 특정 플랫폼에 종속적이지 않고 모든 플랫폼에서 발행된 토큰들이 교환이 가능한 모델로 출시될 것이다.

이미 IBM은 많은 기업들과 함께 패브릭에 토큰 기능을 적용해 국가 간 결제 및 정산, 탄소배출권 관리, 에너지 거래, 자동차 결제 기능 탑재,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등 다양한 활용 사례를 만들고 있다."

Q.기업용 블록체인에 토큰을 적용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대표적인 사례로 사회적 기업 '플라스틱 은행'이 있다. 플라스틱 은행은 아이티, 필리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저개발 국가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집한 사람들에게 댓가로 디지털 토큰으로 지불한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앱에 있는 디지털 토큰을 통해 상점에서 물품을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육비 납부, 의료보상 가입, 전기료 납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모델을 통해 전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를 강화하고 플라스틱이 해양으로 흘러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가난한 국가 국민들이 기부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BM 블록체인, 모든 산업에 엔드 투 엔드 솔루션 제공 목표"

Q. 많은 글로벌 대형 IT기업이 블록체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IBM 블록체인 플랫폼의 강점은 무엇인가?

"IBM은 상용화된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플랫폼을 최초로 개발했고, 어느 업체보다 연구개발과 전문인력 화보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전 세계 2천여 명의 IBM 직원이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있고 기술 숙련 인력에 대한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1천개 이상의 대학과 블록체인 업무를 공유하고 있다.

고객사는 교육, 식품 안전, ID, 보험, 사치품, 공급망 관리 및 무역 금융 등 다양한 업계에서 수백 곳에 이른다. IBM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작동하는 블록체인 컨소시엄 중 100만 블록이상을 생성한 곳이 20개 이상이다.

이런 점들을 인정 받아 지난해 12월 에베레스트 그룹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서비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피크 매트릭스 평가에서 IBM은 27개 서비스 공급 업체 중 선두 리더로 선정됐다.

국내에서도 민간 기업이 추진하는 금융, 유통 등의 사례가 공식 오픈할 예정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사항은 없지만 여러 기관 및 기업들과 꾸준히 논의와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Q, 올해 IBM 블록체인 사업 목표?

IBM은 '디플로이 에니웨어(Deploy anywhere)' 기치 아래 고객의 다양한 환경에 맞춰 블록체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 내부 인프라에 IBM 블록체인 플랫폼을 설치할 수도 있고, IBM 클라우드는 물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알리바바, SAP 등 모든 주요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용 가능하다.

지난해 6월 이런 멀티 클라우드 환경의 블록체인 플랫폼은 출시하면서 성능, 확장성, 보안, 프라이버시 등 스타트업부터 엔터프라이즈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각기 다른 요구사항을 모두 최적화해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 제조, 에너지, 물류, 의료 등 모든 산업의 기업 고객에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과 개발부터 운영 및 거버넌스까지 지원하는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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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블록체인을 말하다] 시리즈 인터뷰

블록체인 산업이 침체되고 대중화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블록체인이 진짜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 맞나'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탈블(블록체인 업계를 탈출한다는 뜻의 신조어)'이 유행처럼 번진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탈블 덕분에 블록체인에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들만 업계에 남아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요즘 유행어로 '찐(진짜)'이란 수식을 붙일 만한 블록체인 열성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긴 침체기를 겪고 흔들리는 산업에 방향키를 제시할 적임자이기도 하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찐블'의 길을 택한 사람들을 만나 블록체인 기술의 진짜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는 '2020 블록체인을 말하다'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

①스트리미 이준행 대표 "블록체인 산업, 천천히 성장해야 정상"

②고려대 컴퓨터학과 인호 교수 "코닥·소니 무너뜨린 디지털화...'돈'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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