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블록체인 클레이튼, 원화 거래소 '무단 상장' 논란

지닥, 14일 상장 예고...그라운드X "상장 시 파트너 해지"

컴퓨팅입력 :2020/05/11 16:02    수정: 2020/05/12 09:18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클레이튼이 '무단 상장' 논란에 휘말렸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지닥이 그라운드X와 협의 없이 클레이튼 자체 암호화폐 클레이(KLAY)를 자사 거래소 원화 마켓에 상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라운드X는 암호화폐 발행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에서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그동안 해외 거래소를 통한 상장만 전략적으로 진행해 왔다. 따라서 계획에 없던 이번 강제 원화 거래소 상장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닥 측은 "거래소가 프로젝트에 상장에 대한 허가를 구하거나 사전에 협의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며 예정대로 상장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 지닥, 오는 14일 클레이 최초 원화 상장 예고...그라운드X "일방적인 결정에 당혹"

지닥은 오는 14일 원화 마켓에 클레이를 최초 상장하고 입금 및 거래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클레이는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서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로 현재 해외거래소에만 상장돼 있다. 업비트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리퀴드글로벌에 상장돼 거래 중이고, 게이트아이오 상장 투표도 앞두고 있다.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국내 거래소에는 아직 상장되지 않았다.

지닥이 원화 마켓에 클레이를 상장하게 되면, 원화를 통해 직접 클레이를 사고 팔 수 있는 첫 거래소가 된다.

지닥의 클레이 상장 예고에 그라운드X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번 상장이 그라운드X와 사전 논의 없이 지닥의 판단만으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라운드X 측은 지금까지 전략적으로 해외 거래소에만 상장을 추진해 왔는데, 원치 않게 원화 거래소에 상장하게 되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상장을 강행할 경우 파트너십을 해지하는 등 강경 대응도 예고했다. 지닥 운영사인 피어테크는 지난 2월 클레이튼의 에코시스템 파트너로 정식 합류한 바 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지난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클레이튼의 주요 로드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거래소 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일체의 공식적인 사전 협의를 진행한 바 없다"며 "피어테크가 클레이 국내 상장을 강행할 경우 기존에 맺고 있던 클레이튼 파트너십 해지까지 검토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상장에 제한 없지만...프로젝트와 협업 없이 거래 활성화 어려울 듯

이에 지닥 측은 "거래소는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들을 검증하고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들을 상장할 뿐"이라며 "프로젝트의 허락을 구하거나 협의를 진행해야만 거래소에 상장을 하는 구조가 아니다"고 맞대응했다.

또 "지난 2월 그라운드X와 클레이튼 에코시스템 파트너십을 체결했지만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의 파트너십이기 때문에 상장과는 무관하다"며 "클레이튼과 상장을 협의하거나 상장하지 않기로 협의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개발 주체가 분명한 블록체인의 상장은 프로젝트 팀과 거래소가 상호 협의 아래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사례처럼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상장을 결정하는 경우, 프로젝트 팀 입장에서는 당초 계획에 없던 원치 않는 상장을 당하게 된다. 일명 '무단 상장' '도둑 상장'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상장 여부를 허가 받을 필요는 없다. 거래소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상장하기 위해 각 재단에 허가를 받지 않는 이유다.

이번 경우도 지닥이 충분한 클레이를 보유하고 있기만 하다면, 그라운드X가 기술적으로나 계약상으로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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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암호화폐 거래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만큼, 프로젝트팀 지원 없이 거래소 혼자 거래를 활성화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철학과 기술 특성상 무단 상장 자체를 문제삼을 순 없지만 이번 사례처럼 프로젝트의 동의 없이 상장하는 경우 프로젝트팀의 마케팅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