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서버 매출, 바닥 쳤나

"2015년 4분기 전년比 10%↑"…3년만에 첫 성장

컴퓨팅입력 :2016/03/21 10:38

IBM이 지난 3년간 이어진 서버 매출 하락세를 뒤집었다.

2015년 4분기 매출이 오랜만에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일한 '비(非) x86 서버' 업체로서 x86 서버 사업이 주류로 자리잡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거 서버 업계 선두였던 IBM의 분기 서버 매출은 40억~50억달러에 달했다. 가트너 자료 기준 4분기만 놓고 보면 2010년엔 52억1천만달러, 2011년엔 46억9천만달러, 2012년 51억달러에 달했다. 그런데 2013년 36억2천만달러, 2014년 17억9천만달러 등 3년전부터 폭락이 시작됐다.

연중 4분기만의 이상 현상이 아니었다. 이 부문은 2013년 1분기부터 2015년 3분기까지, 11분기 내내 전년동기대비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11분기 동안의 분기별 매출(하락률)은 30억2천만달러(13.6%↓), 31억6천만달러(9.7%↓), 28억2천만달러(18.9%↓), 36억2천만달러(28.9%↓), 22억4천만달러(25.6%↓), 28억4천만달러(9.8%↓), 23억2천만달러(17.7%↓), 17억9천만달러(50.6%↓), 18억9천만달러(15.9%↓), 18억7천만달러(34.3%↓), 13억3천만달러(42.8%↓)였다.

해당 기간 전체 시장 규모는 증가했거나, 줄어들더라도 그 감소율이 IBM의 매출 하락률보다 적었다.

2011-2015년 분기별 서버 부문 IBM 매출 및 세계 시장 규모와 전년동기대비 증감률 [자료=가트너]

이런 식으로 11분기를 이어온 추세가 얼마 전 뒤집혔다. 이달 공개된 가트너 자료 기준 2015년 4분기 세계 서버 시장 규모는 151억3천만달러였다. 1년전인 2014년 4분기 139억9천만달러로 추산된 규모에서 8.2% 가량 늘었다. 이가운데 IBM은 19억7천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전체 성장률보다 높은 전년동기대비 10.3% 증가를 실현했다. 분기 매출 기준 세계 시장 3위였다. IBM 앞에는 HP와 델, 뒤에는 레노버와 시스코가 있었다.

IBM이 레노버에 x86 서버 사업을 매각한 실적이 가트너의 2014년 4분기 자료부터 반영되기 시작했다. 그 뒤 1년만인 2015년 4분기부터, 처음으로 IBM 실적에서 x86 서버 매출을 떼어낸 나머지 부문만의 수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x86 서버 매출을 배제하고 1년간의 추이로 살펴 본 IBM의 서버 사업의 현황은, 향후 전망을 마냥 비관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사실 의외랄 것도 없는 얘기다. 이전부터 IBM가 보유했던 x86 서버는 주력 사업이 아니었다. 자체 아키텍처 기반의 메인프레임과 파워 유닉스보다 수익성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성기 IBM의 전체 매출에 메인프레임과 파워 서버 비중이 컸다. 스토리지 시스템 제품 판매와 하드웨어 유지보수, 주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등의 실적도 그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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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인프라 영역에서 전성기를 넘긴 IBM 자체 서버 아키텍처의 입지는 빠르게 무너져내렸다. 최근 몇년간 메인프레임보다는 유닉스가, 유닉스보다는 x86 서버가 시장에서 각광받았다. IBM 실적은 전반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IBM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인텔 x86 서버라는 대세를 따르기보다는 자체 아키텍처를 발전시킨다는 독자노선을 택했다.

IBM은 더 이상 x86 서버를 팔지 않는다. 기존 자체 프로세서 기반의 메인프레임과 파워 서버 사업만 유지하고 있다. 5위권 서버 업체들 중 유일하게 자체 아키텍처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시장 주류인 x86 서버 없이 1년 넘게 3위 자리를 수성 중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최근 4분기 매출의 전년동기대비 성장은 어쩌면 독자노선을 택한 IBM의 전략이 터무니없는 실책은 아니었음을 방증하는 걸 수도 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 매출에서도 메인프레임 부문만 놓고 보면 15% 성장을 기록, IBM 전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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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독자노선 집중 전략이 의도치 않게 레노버를 띄워 주긴 했다. 레노버는 IBM으로부터 x86 서버 부문을 인수한 덕분에 과거 5위 밖 '기타' 업체 신세를 단번에 벗어났다. 2014년 4분기부터 세계 시장 매출 4위 업체로 올라선 것이다. IBM 입장에선 자사 x86 서버 사업을 인수한 레노버에 쫓기는 듯한 모양새에 입맛이 쓸지 모른다. 그러나 IBM의 매출은 아직 레노버의 1.5~2배 수준이다.

IBM은 자사 파워 칩 생태계에 데이터센터 시장의 '큰 손' 구글을 끌어들이는 등 인텔이 x86 아키텍처로 장악한 데이터센터 서버 시장에 회생 카드를 마련 중이다. 당장은 x86 서버가 워낙 대세라, 이 플랫폼을 많이 파는 HPE와 델간의 선두 경쟁엔 아직 끼지 못한다. IBM 매출은 2위인 델의 7~8할 정도다. 선두권 재진입을 논하기엔 일러 보이지만 격차를 좁힐 수는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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