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해도 인터넷은행 안전장치 있다"

은산분리 완화 촉구 국회 토론회 열려

인터넷입력 :2017/11/16 13:31

손경호 기자

은산분리 완화 관련 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대주주 자격을 가진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사금고화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이미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낡은 잣대만 들이댈 게 아니라,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에 혁신의 바람을 계속 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은산분리는 대기업 혹은 재벌기업이 금융사를 사금고화하거나 부당하게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를 4%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ICT기업들이 주도해야할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30년이 넘은 법 조항 때문에 IT기술을 내세운 새로운 은행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은행들은 카카오와 KT가 주도적으로 은행업을 이끌도록 힘을 실어줘야 혁신에 가속도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심재철 국회부의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주최한 '은산분리 완화 없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안 된다'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인 명지대 경영대 문종진 교수는 "은산분리 유지의 근거가 재벌기업 사금고화를 막겠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재벌그룹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25%에서 10%로 줄이고, 대주주 발행 주식 취득 제한을 자기자본의 1% 이내에서 아예 금지하는 등 방안이 매달 금융당국에 보고되고 있다"며 "당장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고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산업자본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을 대주주 산업자본이 소유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금융감독상 상시모니터링, 업무보고서 분석 등을 통해 감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구체적으로 은산분리 제도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만 산업자본의 지분 소유한도를 기존 4%에서 35%~50%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재벌기업과 같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이런 규제 완화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방안이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도는 이미 2002년, 2008년부터 시작됐는데 계속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칸막이를 없애 복합, 융합 금융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화여대 경영학과 양희동 교수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소유하더라도 건전하게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로드맵이 마련되고 있다"며 "걱정하는 것과 달리 이미 산업자본이 마음대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신용 공여 한도를 제한하는 등에 대해서는 많이 연습이 돼있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또한 "은행의 경우 국제표준인 바젤 협약에 따라 까다롭게 건전성 규제를 받고 있다"며 "오히려 국내 은행 지주회사들의 경우 외국 자본이 70%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국내 산업자본보다 외국자본이 안전하다는 뜻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산업자본이 은행에 대해 건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연습이 돼있고, 은행이 지켜야 하는 국제적인 협약만 준수해도 은산분리 완화로 인한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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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한 카카오뱅크 이수영 전략파트장은 "카카오, 네이버 등 ICT 기업 출신도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하고 있는데 본인들이 고객으로서 은행 서비스를 받으면서 답답한 점, 만족하지 못하는 점을 개선해 또 다른 혁신을 만들고 싶어서 나온 결과물들이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이 된 것 같다"며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이나 특례법 등에서도 혁신에 속도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신희상 미래전략팀장은 "5년 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데이터뱅크이면서 중금리 대출 이외 디지털 자산을 관리해주는 역할을 하고, 고객과 성장할 수 있는 강한 펀더멘털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지원이 상당히 필요한 상황이라 은행법 변화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면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