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은 왜 실적부진한 韓 반도체를 쓸어담나

슈퍼사이클 고점 '종식' 아닌 '숨고르기'로 보는 듯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1/25 17:43    수정: 2019/01/25 17:55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앞서 골드만삭스 등의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올해(2019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하강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메모리 시장이 올해 반등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식을 싹쓸이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총 순매수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0% 오른 4만4천300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SK하이닉스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1.56% 오른 7만1600원에 장을 열었다.

25일 삼성전자 주가. (사진=네이버 캡처)

SK하이닉스가 시장기대치 이하의 실적(4분기 영업이익 4조4천301억원, 전분기 대비 32% 감소)을 발표한 지난 24일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1천852억4천410만5천700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날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주식 순매수도 2089억5천941만4천95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 등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고점론을 이유로 메모리 시장의 성장둔화를 전망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식을 대거 매도한바 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주식 시장의 상황이 ‘매도’에서 ‘매수’로 달라진 것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2분기부터 신제품(스마트폰, CPU) 출시에 따른 수요확대가 예상되고, 반도체 업체들이 공급능력을 조정하면 앞으로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작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은 일시적인 숨고르기로 해석되며,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5G)·자율주행차 시장의 성장으로 메모리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반도체 고점론, 우려 아닌 현실 가능성 높다

해외 투자기관들이 우려하는 반도체 고점론은 메모리 시장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 이후 찾아오는 장기 불황을 의미한다. 실제로 메모리 시장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이어진 슈퍼사이클(윈도우 운영체제, 펜티엄 프로세서 등장) 이후, 장기불황(1996년~1998년)을 맞은 바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슈퍼사이클 이후 진행된 메모리 가격 하락의 이유는 과도한 설비투자와 이에 따른 공급증가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당시에는 미국과 일본의 D램 강자들이 즐비했고, 과도한 생산설비가 이후의 다운턴(가격하락)을 촉발한 것"이라며 "이번 슈퍼사이클(데이터센터) 이후에도 D램 가격은 하락할 여지가 많고, 어쩌면 2020년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주식 시장의 상황과 달리 올해 메모리 시장에 대한 전망도 여전히 어둡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연간으로 서버 D램 가격이 5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버용 D램 계약가격 전망. (사진=D램익스체인지)

서버용 D램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진 슈퍼사이클의 주요인이다. 이는 데이터센터에 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PC나 스마트폰용 D램보다 가격이 높아 지난 한 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서버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20% 이상 하락, 2분기 10%, 3분기 8%, 4분기 5% 가량 하락률이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의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메모리 출하가 늘어 2분기부터는 서버용 D램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 재고문제(공급량조절)가 적절하게 해결되면 3분기와 4분기 서버 D램 가격의 하락세가 완화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유있는 메모리 반도체 '상저하고' 흐름

세계 1·2위 D램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메모리 시장은 상반기에 가격이 떨어지다 하반기에 반등하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메모리 가격이 올해 1분기까지는 하락하겠지만,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수요확대로 인해 가격이 반등하는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규 중앙처리장치(인텔) 출시에 따른 고용량 모듈 수요 등으로 2019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를 전망한다"며 "스마트폰도 점유율 경쟁으로 고사양 제품이 증가하면서 기기당 모바일 D램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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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충북 청주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반도체 신공장(M15) 준공식. (사진=SK하이닉스)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업체의 전망도 이와 비슷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재고조정에 나섰지만, 내부적으로 혁신 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고 하반기 투자확대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식적으로 메모리 시황이 상저하고의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이라며 "실제 모바일, PC, 서버 등 모든 시장에서 수요가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AI나 5G, 자율주행차 등 여러 수요처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메모리 시장은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