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불임 시술 돕는 의료용 AI가 온다

올림푸스, 광학 기술과 AI 결합한 의료용 AI 개발 박차

디지털경제입력 :2019/05/24 14:02    수정: 2019/05/24 16:47

국내 소비자에게 올림푸스는 OM-D, 펜(PEN) 등 마이크로포서드 센서 기반 미러리스 카메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림푸스의 지난 해 전체 매출(2019년 3월 말 기준) 7천939억 엔(약 8조원) 중 약 80%는 내시경과 현미경 등 각종 의료 사업에서 나온다.

각종 의학 진단과 실험에 쓰이는 올림푸스 CX43 생물현미경. (사진=올림푸스)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건강검진시 위·대장 내시경 검사가 진행된다. 이 검사에 쓰이는 내시경 10대 중 7대 꼴로 올림푸스 제품이 쓰인다.

최근 올림푸스는 내시경과 현미경 등 전통적인 광학 기술에 AI(인공지능)를 결합한 의료용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러 의료 기관과 함께 암 등 각종 질병의 초기 단계 진단 뿐만 아니라 불임 시술을 돕는 의료용 AI를 공동 개발중이다.

■ '위 카메라'에서 시작된 올림푸스 의료 사업

올림푸스 의료 사업의 역사는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염화비닐호스에 소형 카메라와 전구를 넣은 ‘위(胃) 카메라’를 만들어 사람의 위장을 관찰하는 데 성공한 올림푸스는 이후 내시경과 복강경, 수술도구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올림푸스는 각종 질병을 진단하거나 세포 관찰에 쓰이는 생물현미경 시장에서도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및 전자기판 등 다양한 산업제품들의 검사 및 측정 장비로 쓰이는 산업현미경과 발전소, 자동차 엔진 등의 정비와 점검에 사용되는 산업내시경 분야에서도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더 이상 눈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의료 영상 판독

최근 올림푸스는 내시경이나 현미경 등 전통적인 광학 기술로 얻은 영상 데이터를 신속하게 판독하는 의료용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 X선·CT·MRI 등 의료용 영상 기기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이를 단순히 사람의 눈만으로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의 해상도는 한 장당 수 천만 화소 급이다. (사진=픽사베이)

최신 촬영 장비로 찍은 X선 사진의 해상도는 500만 화소 이상이며 CT·MRI 영상의 해상도도 2천만 화소를 가볍게 넘긴다. 반면 이상이 있는 병소는 가로·세로 각각 수백 화소에 불과해 정확한 진단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다년간 의료 영상 판독 경험을 쌓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라 해도 판독이 어려운 영상을 분석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반면 AI는 학습한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의료영상전송장치(PACS)에 저장된 각종 영상을 분석해 이상이 있는 세포나 부위를 반복적으로 자동 진단 가능하다.

■ 양성 위암 놓치지 않는 의료용 AI 개발

올림푸스는 2017년부터 일본국립병원기구인 구레 의료센터 주고쿠 암센터와 공동으로 연구 중인 ‘위(胃) 생검 검체를 이용한 AI 병리진단 지원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먼저 딥러닝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구레 의료센터가 보유한 368건의 검체의 병리 슬라이드 전체를 스캔해 AI 학습에 필요한 이미지를 마련한 다음 선암(양성)과 비선암(음성)을 학습시키고, 새로운 검체 이미지를 입력하면 소프트웨어가 선암과 비선암을 판별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선암(양성)은 100%의 확률로, 비선암(음성)은 50.7%의 확률로 판별해 냈다.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이 소프트웨어는 임상병리사가 선암을 놓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대장암 진단·난임 시술 돕는 의료용 AI

올림푸스는 지난 3월 일본에서 대장암을 진단하는 AI 소프트웨어인 '엔도브레인'(EndoBRAIN)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이 내시경은 대장을 촬영한 이미지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용종을 발견하면 양성·음성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준다. 의사는 이 수치를 통해 판별 과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AI 오픈플랫폼. 올림푸스 뿐만 아니라 타사 소프트웨어와 호환된다. (사진=올림푸스)

또한 소화기내시경 검사 시 의료진이 AI 기반 컴퓨터 보조 진단(CAD)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도 개발했다. 이 오픈 플랫폼은 다른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연동되며 컴퓨터나 제어 기기를 일일이 따로 연결할 필요 없이 원스톱 활용이 가능하다.

각종 암 진단 뿐만 아니라 난임 시술을 돕는 AI도 있다. 지난 3월부터 올림푸스가 일본 도쿄지케이카이 의과대학과 함께 공동 연구에 나선 ‘정자 선별 보조 AI 시스템’이다. 약 1만 건의 영상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킨 다음 체외 수정시 건강한 정자를 배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AI 통한 대용량 영상 데이터 실시간 분석 유용"

엔도브레인 작동 예시. 대장암 양성/음성 가능성을 수치로 표시한다. (사진=올림푸스)

의료계도 AI 기반 영상판독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내과 권순효·오송희 교수팀이 의대 교수와 전공의, 타병원 의사, 의대생 등 총 6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료분야 AI에 대한 견해' 연구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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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에서는 응답자 83.4%(559명)가 대량의 고품질 임상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 가능한 것을 장점으로 꼽으며 AI가 의료분야에 유용하다고 답했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내시경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신체 내부를 보여주어 암 치료의 길을 열었던 것처럼, 의료 AI 개발에 앞장서 의료 종사자의 조기 병변 진단을 적극적으로 돕고 의학부문의 연구와 검사에 필요한 AI 접목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