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영혼' 잡스 옆엔 늘 조니 아이브가 있었다

아이맥·아이폰·아이패드 디자인…애플 성공의 또 다른 축

홈&모바일입력 :2019/06/28 15:09    수정: 2019/06/28 16:0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스티브 잡스는 1997년 다시 애플에 복귀했다. 1985년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지 12년 만의 귀환이었다. 돌아온 잡스는 ‘돌아온 장고’ 만큼이나 위풍 당당했다.

하지만 그 무렵 애플의 상황은 심각했다. 난파 직전의 선박 같은 상태였다. 제 아무리 스티브 잡스라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상태였다. 능력 있는 직원들은 앞다퉈 탈출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 조니 아이브가 애플을 떠난다. (사진=씨넷)

그 무렵 애플 산업 디자인 팀의 한 디자이너도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아이패드의 원조격인 뉴턴 메시지 패드 실패 이후 의욕이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 부서장이던 존 루빈스타인의 만류로 가까스로 회사에 남았다. 하마터면 애플을 떠날 뻔했던 그 디자이너의 이름은 조니아이브였다.

‘돌아온 장고’ 잡스는 복귀와 함께 조너선 아이브를 애플 디자인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잡스의 복귀 첫 작품인 아이맥이 출시됐다.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1997년 아이맥을 내놓으면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아이맥을 디자인한 조니 아이브는 이때부터 잡스의 핵심 참모 역할을 한다. (사진=씨넷)

깜찍하면서도 실용적인 아이맥의 ‘올인원’ 디자인은 별다른 개성을 찾기 힘들었던 PC 시장에 신선한 충격파를 안겨줬다.

이후 아이맥의 노트북 PC 버전인 아이북까지 내놓으면서 애플의 디자인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걸 보여줬다.

■ 아이폰 기초가 된 아이팟 디자인으로 모바일 혁명 씨앗 뿌려

아이맥과 아이북은 시작에 불과했다. 돌아온 잡스는 그 무렵 막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MP3 플레이어 시장에 눈을 돌렸다. 2000년대 초반무렵부터 애플이 MP3 플레이어를 내놓을 것이란 소문이 조금씩 나돌기 시작했다.

2001년. 마침내 소문이 현실이 됐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이란 MP3 플레이어를 전격 공개했다. 이와 함께 컴퓨터업체였던 애플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훗날 아이폰의 기초가 된 아이팟은 출시 당시 깔끔한 디자인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스티브 잡스도 “아이팟이 애플 디자인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을 정도였다.

애플이 2001년 이후 내놓은 아이팟 모델들. 깔끔하면서도 실용적인 조니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이 잘 구현됐다. (사진=씨넷)

흰색 스테인레스 소재를 사용한 아이팟은 이후 소비자들이 익숙한 애플 디자인의 원조가 됐다. 물론 조니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이 잘 발휘된 걸작 중 하나다.

하지만 조니 아이브를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만들어준 걸작은 역시 아이폰과 아이패드였다.

2007년 첫 공개된 아이폰은 그 무렵 유행하던 다른 스마트폰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물론 물리적 키보드를 없애고 터치 방식을 적용한 기술 혁신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혁신을 잘 뒷받침한 조니 아이브의 디자인이 없었더라면 아이폰이 출시 초기부터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키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폰은 조니 아이브를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사진=씨넷)

■ 잡스 도운 조니 아이브, 애플 파크 마지막으로 애플 떠나

조니 아이브는 잡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깔끔한 디자인으로 구현해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그런 면에서 아이브는 잡스가 2000년대를 자신의 시대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그 역도 성립한다. 애플 입사 초기 실패를 거듭했던 아이브 역시 잡스가 돌아온 뒤부터 마음껏 역량을 발휘했다. 자신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을 잘 수용해 준 스티브 잡스 덕분에 조니 아이브는 2000년대 이후 최고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다.

애플 파크는 조니 아이브가 애플에 남긴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사진=씨넷)

조니 아이브가 애플에 남긴 마지막 작품은 애플 파크다. 2017년 문을 연 애플 파크는 스티브 잡스의 정신이 깃들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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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제2 전성기를 열었던 조너선 아이브는 올 연말 독립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독립하더라도 여전히 애플과 관계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니 아이브의 빈 자리는 애플에겐 상당히 크게 느껴질 가능성이 많다. 당장 표시는 나지 않더라도, 애플을 지탱했던 차별화된 디자인의 흔적이 조금씩 무뎌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