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3번째 지역 신설해 韓 수출 규제

한 달간 의견 수렴 후 '백색 국가' 삭제 조치 시행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7/01 14:38    수정: 2019/07/01 17:30

일본 정부가 1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 수소) 등 총 3개 핵심 소재에 대해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공식화 했다. 이들 3개 소재는 OLED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제조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며 규제가 가시화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를 위해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하고 13번째 지역 카테고리를 신설해 한국을 유일한 규제 국가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본이 한국에 추가 수출 규제 조치를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상 첨단 소재 수출 제재를 공식화했다. (사진=삼성전자)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외환 및 외국물자법' 하위 시행령인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기 위한 의견 수렴에 돌입했다.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총 12개이던 각 국가 분류에 한국 제재를 위한 새 분류란을 신설해 향후 추가 제재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 이런 일련의 제재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는 "WTO의 규정에 따르고 있으며,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 日 언론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대응조치"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외환 및 외국물자법'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 사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유를 내세웠다.

첫번째는 한일 양국간의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되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며 신뢰관계를 토대로 한 수출관리제도 적용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두번째 사유는 한국에 관련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사진=경제산업성 웹사이트)

1일 교도통신 등 주요 언론은 '한일 양국간의 신뢰관계 손상' 원인으로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꼽았다.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지만 사태에 진전이 없었기 때문에 강경조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도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 등에 대해 대응하지 않는 한국에 대한 사실상의 대응조치"라고 보도했다.

■ 日 정부 "韓 배상조치와 무관...안보 위한것"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런 조치가 한국 대법원 판결과 이에 따른 압류조치와는 무관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부장관은 "(해당 조치는) 징용 피해자 배상 조치와 무관하며 안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설명대로라면 수출 심사를 면제해 주면서 한국에 반도체 관련 소재를 수출하는 현행 제도가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논리가 된다.

이어 "대(對) 한국 수출품목 관리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한 적이 있고 이를 위해 보다 엄격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제산업성 역시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다.

■ 한국 추가 제재 염두에 둔 시행령 개정안

경제산업성은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한국을 '백색 국가'(신뢰 가능 국가) 명단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은 2018년 현재 전세계 국가를 '이로하니호헤토'(いろはにほへと, 한국의 '가나다순'에 해당) 등 총 12개 카테고리로 분류해 수출 가능한 물자와 불가능한 물자를 세밀하게 분류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1일 공개한 개정안. 한국을 13번째 카테고리에 배당했다. (그림=PDF 캡처)

이 중 미국과 영국 등을 포함해 총 27개 나라가 통칭 '백색 국가'인 '이 지역①'(い地域①)에 포함된다. 이들 국가는 첨단 소재 등 수출시 일본 정부의 허가를 면제받는다. 일본 정부는 2004년 한국을 백색 국가에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경제산업성이 1일 공개한 개정안은 13번째 새로운 카테고리인 '리 지역'(り地域)을 신설한 다음 이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규제 대상 소재를 추가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리 지역'에 포함되는 국가는 한국 뿐이다. 개정안 발효 이후 일본 정부가 다른 소재에도 추가 규제를 시행할 경우 각종 시행령 조문에 '리 지역'만 추가하면 된다.

■ "시행령 개정 앞두고 한 달간 의견 수렴"

백색 국가 명단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에칭 가스 등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각 건에 대해 심사를 거쳐야 한다. 30일 산케이신문은 "수출 허가 신청에서 심사까지 최대 90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단 한국이 백색 국가 명단에서 바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산업성은 오늘부터 한 달간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백색 국가' 관련 조치가 철회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 日 언론 "삼성전자 포함 한국 경제 악영향 예상"

일본 주요 언론들은 주로 자국 기업보다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나 한국 경제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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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교도통신은 "반도체 관련 삼성전자 등에는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경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이번 조치는 실질적으로 금수조치이며 반도체가 주요 산업인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이번 수출 제재로 삼성전자 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