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결산] 깜짝 빅딜, 인터넷 업계를 ‘들었다 놨다’

라인-야후재팬 합작사 설립부터 데이터3법 국회 계류까지

인터넷입력 :2019/12/22 11:15    수정: 2019/12/23 10:00

올해 국내 인터넷 시장은 깜짝 빅딜 소식이 업계를 ‘들었다 놨다’ 반복했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일본의 야후재팬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도원결의를 맺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의민족이 앙숙 같았던 딜리버리히어로와 아시아 시장을 함께 누비자며 한 몸이 되기로 했다.

또 잇따른 유명 연예인의 죽음으로 악플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이에 뉴스 서비스를 하는 검색 포털사들의 댓글 정책에 변화가 있었다. 대중들의 관심과 실시간 이슈를 가늠할 수 있는 실시간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도 광고판으로 전락하는 문제가 생기자 개편이 이뤄졌다.

아울러 많은 기업들이 통과를 기대했던 데이터3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듯 말 듯 하다 제자리 걸음을 보였고, 정부의 망이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놓고 인터넷 업계와 통신 업계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 야후재팬과 사랑에 빠진 라인...적(요기요)과의 동침 선택한 배달의민족

Z홀딩스 카와베 대표(왼쪽)와 라인 이데자와 대표(사진=CNET Japan)

11월18일 네이버 라인은 야후재팬을 자회사로 둔 Z홀딩스와 경영통합에 관한 기본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Z홀딩스는 소프트뱅크가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일본 회사며, 라인은 네이버가 주식 70% 이상 보유한 기업이다. 두 회사는 50:50으로 합작사를 세우고 핀테크 영역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규 사업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 포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 야후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인 재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두게 된다. 두 회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공룡 기업에 맞서 아시아 인터넷 모바일 시장에서 세를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나아가 매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인공지능(AI) 분야에 투자해 AI 기술 회사로 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두 기업의 협력에 업계는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보였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태에서 맺어진 기업 간 동맹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에 업계는 네이버가 라인으로 일본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했다. AI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로봇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장기 투자를 지속하되,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수익 증대를 꾀하려는 전략이란 분석도 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로고

약 한 달 뒤, 또 다른 빅딜 소식이 인터넷 업계를 뒤흔들었다. 배달음식 중개 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 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경쟁사인 ‘요기요’ 본사에 매각된 소식이다. 독일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달 13일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조7천500억원으로 평가, 이 회사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또 양사는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잡회사인 ‘우아DH 아시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신설 법인 경영 총괄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맡아, 아시아 배달음식 중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김봉진 대표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13%)은 추후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배달의민족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와 대중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매각이란 시각부터 ‘국부유출’이란 식의 비판도 나왔다. 또 국내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 외연을 넓혔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국내 배달음식 중개 시장이 사실상 한 회사의 지배를 받게 돼 수수료 인상과 할인 혜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컸다.

이에 배달의민족 측은 “딜리버리와의 M&A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배민이 한국에서만 잘 한다해도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M&A는 생존과 동시에 성장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M&A 이후에도 우리는 아시아 경영과 국내에서 배달의민족 경영에 집중할 것이므로 국내 시장의 경쟁 상황은 지금처럼 유지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 악플 해결 나선 포털...광고판 변질된 실급검 결국 개편

네이버 클린봇

갑작스런 두 인기 연예인의 죽음으로 악플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특정 연예인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악플이 젊은 연예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에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검색 포털사들의 대응 마련에 관심이 커졌다.

그러자 네이버는 AI 기술을 적용한 ‘클린봇’이라는 서비스를 전체 뉴스 댓글에 도입했다. 클린봇은 악플이 달리면 자동으로 댓글을 가려주는 기능이다. 카카오의 경우는 ‘다음’ 연예 뉴스에 댓글 기능을 아예 없애버렸다.

일부 기업들의 지나친 광고 마케팅으로 네이버 실시간급상승 검색어가 광고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네이버 검색창에 특정 단어를 입력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높이려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에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개편, 사용자가 ‘나만의 급상승 검색어 차트’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사용자가 직접 키워드 노출 강조를 조절할 수 있게 됐는데, 사용자가 실시간 검색어 차트에서 이벤트/할인정보 노출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유사 키워드 그루핑 강도를 조정해 비슷한 이슈는 묶어서 보일 수 있도록 했다.

■ 망이용 가이드라인 두고, 통신사vs인터넷 기업 간 갈등 지속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정부의 인터넷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두고 통신사(ISP)와 콘텐츠 사업자(CP)의 입장차가 여전히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인터넷 망 이용계약의 원칙과 절차, 불공정 행위 유형, 이용자 보호가 주 내용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방통위가 구성한 민관 중심의 1기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에서 논의가 시작돼 만들어졌다.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간 이용조건 차별 논란 등 망 이용계약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지닌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가 문제가 된다는 뜻이 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는 이번 정부의 망이용 가이드라인이 통신사들에게 유리하고 CP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겨 있어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국내 CP들이 글로벌 CP사와 역차별을 받으며 과도한 망 사용료를 부담해 왔기 때문에 이를 원점에서 논의하자는 것인데, 정부는 글로벌 CP들에게도 동일한 망 사용료를 받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망 품질은 통신사들이 책임지도록 돼 있는데 이를 자꾸 CP에게 책임과 비용을 부담지우려 한다는 게 인터넷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페이스북이 방통위에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페이스북이 승소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법원이 망의 유지 관리 및 품질은 통신사 책임이고, 통신사는 이용자로부터 콘텐츠 이용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CP한테 넘기는 것은 잘못됐다는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정부가 공개한 인터넷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두고 통신사와 CP 간의 줄다리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CP들이 정부가 만든 가이드라인을 어느 수준까지 준수할지, 또 이를 어길 경우 우리 정부가 어느 선까지 집행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 외로워도 슬퍼도 성장하련다...네이버·카카오 성장 지속

네이버 카카오 로고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외산 플랫폼의 거센 공세와 정치권의 외풍에도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성장세도 올해 주목할 이슈 중 하나다.

네이버는 올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1조6천648억원, 영업이익 2천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9.1% 증가, 8.9% 감소한 수치다. 투자 확대로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8분기 만에 다시 반등에 성공, 직전 분기에 비해 57.5% 상승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수년 간 투자한 기술이 여러 서비스에 접목되면서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가 투자한 AI 기술은 광고 최적화, 상품 및 콘텐츠 추천, 사업자 및 창작자 지원 등 네이버 사업에서 전방위적으로 활용되며 실질적인 성과와 서비스 경쟁력으로도 발현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AI와 로봇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미래 기술의 융합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기 위해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광고 매출과 유료 콘텐츠 실적이 증가하면서 올 3분기 매출 7천832억원, 영업이익 59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1%, 93% 증가했다. 특히 내년 톡비즈(카카오톡 비즈보드) 매출이 1조원으로 예상될 만큼 광고 매출이 상승궤도를 타면서 이 회사의 실적 전망을 밝게 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3분기 실적을 한 마디로 “건강한 성장”'이라고 자평했다.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영업이익 성과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두 회사는 연간 매출 앞 자릿수를 바꿀 전망이다. 올해 네이버는 매출 6조원, 카카오는 3조원 달성이 예상된다.

■ 넘을 듯 말 듯 데이터3법...“속 타네”

왼쪽부터 장병규 위원장과 최기영 장관, 이공주 보좌관.

국회 통과를 넘을 듯 말 듯 기대를 모았던 데이터3법 이슈도 올해 인터넷 업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이 중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된 가명정보를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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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기업이 가명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주자는 취지다. 반면 시민단체 등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데이터3법에 대한 여야 간 합의가 가까스로 이뤄졌지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개최되지 않아 여전히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소통이 단절되면서 연내 법사위 개최마저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데이터3법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법사위가 열린다 해도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때문에 통과를 반대하고 있어 데이터3법 국회 통과의 가능성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