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플래시 다음은 또다른 하이브리드 스토리지"

피터 오코너 님블스토리지 APJ 부사장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6/06/02 16:25

기업용 하이브리드플래시 스토리지를 팔던 벤처회사 님블스토리지가 이제 올플래시 스토리지도 판다. 몇년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혼용한 스토리지 제품만 만들다가, 지난 2월 경쟁사 퓨어스토리지처럼 SSD만 탑재한 제품도 선보인 것이다.

당시 회사는 뒤늦게 올플래시 업체 대열에 합류하기로 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피터 오코너 님블스토리지 아태일본지역(APJ)담당 부사장도 지난 1월 방한해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 저장매체 시장에서 플래시가 아무리 저렴해 졌어도 여전히 하드디스크가 제공하는 효용이 크다"는 논리를 설파했었다. 그로부터 약 1개월만에 본사의 올플래시 신제품이 나왔다. 올플래시에 대한 태도를 확 바꾼 이유를 듣기 위해 지난달말 오코너 부사장을 다시 만났다.

2016년 5월 31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회의실에서 만난 피터 오코너 님블스토리지 APJ 부사장. 넷앱 출신인 그는 님블스토리지에서 일하며 거의 매달 한국에 들렀다고 했다. 지금 직책을 맡은 지 3년을 넘겼으니 수십번을 다녀 간 셈이다. 이날 그를 포함해 배석한 님블스토리지 관계자 3명은 모두 넷앱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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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블스토리지가 하이브리드플래시 스토리지 우월론을 설파하다가 최근에야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필요성을 인정한 이유는 '때가 무르익었다'는 말 한 마디로 요약된다. 첫 제품을 내놓은 2010년엔 SSD가 아직 비쌌고, 기업용 스토리지 데이터를 플래시란 저장매체에 둔다는 개념을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못할 때였는데, 지금은 그 상황이 크게 바뀌었기에 대응에 나섰단 입장이다.

여기까진 뻔한 설명이지만, 흥미로운 건 그 뒷얘기다. 님블스토리지는 자신들이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전략을 포기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플래시를 뛰어 넘는 저장매체가 상용화하면, 지금 플래시와 하드디스크를 혼용하듯이 향후 새로운 저장매체와 플래시를 혼용할 필요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오코너 부사장, 그와 함께 배석한 테오 아워머지스(Theo Hourmouzis) APJ 채널 세일즈 디렉터 김정수 님블스토리지코리아 이사, 3명과 진행한 인터뷰를 다음 1문 1답으로 재구성했다. 기본적으로 오코너 부사장이 내놓은 답변을 옮겼고, 아워머지스 디렉터와 김 이사가 보충한 부분은 단락 앞에 따로 표시했다.

- 하이브리드스토리지로 '다 된다'고 하더니, 왜 이제야 올플래시를 내놓은 건가

올플래시스토리지를 안 만들려고 한 게 아니고, 그간 시장의 변화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2008년 제품 설계 단계부터 올플래시스토리지 제품 출시를 염두에 뒀다. 우리 제품의 파일시스템부터가 올플래시스토리지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것이었다. 그런데 6년 전엔 SSD 가격이 비쌌다. 기업 고객들에게 데이터센터에서 플래시를 쓴다는 것도 생소할 때였고.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장은 최근 빠르게 활성화되고 확대됐다. 삼성전자같은 회사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는 대용량 SSD같은 핵심 부품의 단가도 많이 저렴해졌다. 시장조사업체 IDC같은 곳의 예측을 보면 사용자들이 HDD와 SSD를 혼용하는 스토리지 환경에서 SSD만 쓰는 환경으로 이행할 시기를 앞당기기도 했다.

(아워머지스) 성장세 자체는 올플래시스토리지 쪽이 확실히 높지만 여전히 그보다 하이브리드플래시 영역의 스토리지 시장 규모가 크단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IDC의 2015-2019년 전망 자료에 따르면 성장률만 놓고 볼 때 올플래시 쪽의 시장 연평균 성장세가 21.6%에 달하고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플래시 쪽은 6.0% 수준인데, 시장의 절대 규모 자체는 하이브리드 쪽이 여전히 크다. (첨언 끝)

우리 CTO가 한 얘긴데, 올플래시는 스토리지 진화의 끝이 아니다. 낸드플래시의 뒤를 이을 차세대 비휘발성메모리 기술이 이미 존재한다. 새로운 메모리 기술이 플래시와 혼용되는 형태로 또다른 하이브리드 스토리지의 흐름이 나타날 거다. 지금 하드디스크와 플래시가 혼용 과정을 밟아 올플래시 단계로 넘어온 것처럼. 그 땐 올플래시가 지금 하드디스크처럼 '낡은(old)' 기술로 보이겠지.

- 제품을 늦게 내놓은 만큼 기존 제품 대비 경쟁력이 높아야 할 것 같은데

엔트리급, 미드레인지급, 하이엔드급을 아우르는 모델 4종을 갖췄다. 지난 2월 공개하기 전에 3개월동안 65개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베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제품 출시 후, 베타 프로그램 참가 고객사 대부분이 이를 구매했다. 제품을 소개한 시점에 이미 우리와 고객들이 제품 성능이나 효과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제시하는 모델별 초당입출력성능(IOPS)은 5만~30만 수준인데 이는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해 읽기 70%, 쓰기 30% 비중으로 측정한 값이다. 우리보다 높은 IOPS를 강조하는 타사의 자료상 수치는 읽기 100% 비중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도 그렇게 설정하면 더 높은 측정치를 낼 수 있지만 실제 사용환경과는 맞지 않는다.

타사 올플래시 장비는 스케일아웃을 통한 확장(클러스터 구성)만 가능하거나 스케일업 확장만 가능한 구조인데, 우리는 스케일업과 스케일아웃 형태의 확장을 모두 지원한다. 또 우리 올플래시스토리지 제품은 기존 하이브리드플래시 제품과 함께 클러스터 구성을 할 수도 있다. 애플리케이션 사용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클러스터 안에서 무중단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할 수 있다.

덕분에 성능이 중시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올플래시 쪽으로, 대용량이 중시되는 애플리케이션을 하이브리드 쪽으로 재배치하기에 좋다. 또 타사 제품 구매 고객은 재해복구(DR) 인프라 구성시 모두 올플래시 환경을 구성해야 하는 부담이 큰데, 우리는 그 방식 외에 일반 운영 인프라를 올플래시로 구성하고 DR 환경을 하이브리드플래시로 구성해 가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제시할 수 있다.

- 님블스토리지표 올플래시스토리지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우리 올플래시 장비에는 삼성전자의 트리플레벨셀(TLC) 3D V낸드 기반 SSD만 사용한다. 기존 TLC의 내마모성 한계에 따른 제약으로 기업용 스토리지에 이를 쓰는 사례가 많지 않았는데, 우리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단일 어레이 스케일업 확장으로 2페타바이트(PB) 구성, 30만IOPS 성능을 지원하고 최대 클러스터 구성시 8.2PB 용량과 120만IOPS 성능을 지원한다.

하이브리드플래시 제품부터 지원했던 데이터 압축 기능과, 올플래시 제품에 새롭게 지원하는 인라인 중복제거 기능이 중요하다. 중복제거 기능을 지원하면 스토리지 컨트롤러 메모리에 많은 메타데이터를 두게 된다, 시스템을 잘 설계할수록 메타데이터 용량을 줄여 컨트롤러 메모리 용량의 여유분을 늘릴 수 있다. 이 특성은 대용량 구성시 컨트롤러 댓수를 줄여 랙 점유공간을 절약하는 효과로 연결된다.

올플래시 쪽에 인라인중복제거 부분을 추가하면서 아키텍처가 약간 바뀌었다.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쪽은 하이브리드플래시에 쓰던 코드의 95%를 그대로 쓰긴 했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하이브리드 장비의 기본 노드가 3U 크기였는데, 올플래시 노드는 4U로 커졌다. 원래 동일한 3U 구조로 설계하려 했는데, 발열 처리 부분을 개선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다.

(아워머지스) 실측 고객사 환경의 가동시간 비율이 99.9997%로 높은 안정성을 보장한다. 가동 중인 스토리지에서 드라이브를 최대 3개까지 뽑더라도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트리플패리티'를 지원하는 레이드 구성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데이터 보호를 위해 스냅샷과 리플리케이션 기능을 내장했고, 스토리지 수준에서 암호화를 수행하며, 백업솔루션 비암(VEEAM)과의 통합도 지원한다. (첨언 끝)

- 이전엔 도시바 등 다른 벤더 SSD도 썼던 걸로 아는데, 신제품엔 왜 삼성전자 SSD만 쓰는지

삼성전자가 다른 SSD 공급자들보다 우리의 전략에 더 들어맞는 곳이라 생각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고집적 SSD 제품의 제원이라든지, 향후 로드맵 면에서도. 후속 제품의 출시 시기가 타사에 비해 빠르다거나, 우리 스토리지시스템 장비 로드맵과 그게 잘 맞는 측면도 있고, SSD 공급 단가 역시 고려 사항 가운데 하나다.

- 그럼 기존 하이브리드플래시도 전부 삼성전자 SSD로 바꿀 건가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닌 것 같다. 내 쪽(세일즈)보다는 오퍼레이션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기존 제품의 부품 공급자를 선정하는 의사결정에는 공급망의 가격, 품질, 가용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향후 로드맵과 물량 규모 등을 포함해서. 6월말쯤에 오퍼레이션 담당 임원이 삼성전자 미국 산호세 법인 공급담당자와 함께 방한할 텐데, 그 때 논의 안건 중 하나일 지도 모르지.

- 퓨어스토리지같은 곳은 NAS 시장으로 발을 넓혔던데, 님블스토리지는 계획 없나

우리같은 작은 회사 입장에선 전략상 집중해야 하는 우선순위가 좀 떨어지는 영역이다.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쪽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니까. 그래서 지금까지는 블록 기반의 SAN 스토리지 영역에 초점을 맞춰 온 거고. NAS는 축소되고 있는 시장이다. NAS가 작아지는 이유는 '오브젝트스토리지'같은 영역이 분할돼 별도 시장으로 형성되고 있어서다.

감소 추세인 시장에 관심을 돌리기보단 큰 시장에 주력한다는 게 지금 전략이지만, NAS 관련 로드맵은 있다. 분화되고 있는 오브젝트스토리지 시장을 무시하진 않을 것이다.

- 올플래시 제품 출시 후 그간의 성과와 한국에서의 목표나 전망을 얘기해 달라

올 2~4월에 해당하는 회계 1분기 기간 중 올플래시스토리지를 실제 공급할 수 있었던 기간은 8주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런데 그 매출이 분기 전체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신규 제품 도입 고객사 가운데 64% 가량은 올플래시스토리지 제품만 구매한 게 아니라 '유니파이드 플래시 패브릭'을 구성하기 위해 기존 하이브리드플래시 제품도 함께 구매했다.

(아워머지스) 우리는 1분기 신규고객만 580곳을 확보했다. 누적고객수는 현재 8천160곳에 달한다. (첨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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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 한국에서도 부족한 자원으로 2년간 유통, IT업체, 대학교, 의료기관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20곳 남짓 고객사를 확보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얼마 전 첫 금융권 고객사도 생겼다. 공급 장비는 30~40대 가량인데 큰 이슈도, 심각한 서비스콜이 몰린 적도 없다. 국내 채널 파트너 40여곳이 등록됐고 10곳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일즈와 마케팅 쪽 역량에는 보완이 좀 필요하다. (첨언 끝)

현재 공석인 한국지사장 적임자를 물색 중이고 곧 공고를 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