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나면 나몰라라?"...서울 전기차 충전소 '전원 OFF'

관리 소홀로 충전기 꺼진 채 방치, '보여주기식' 행정 전형

카테크입력 :2017/11/27 08:51

서울특별시와 한국전력이 야심차게 추진한 도심형 전기차 집중형 충전소 사업이 초기부터 운영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해당 장소에 시범 운영중이었던 충전기는 관리 소홀 등의 문제로 전원이 꺼진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주말인 26일 한국전력 첫 도심형 전기차 집중형 충전소가 자리한 서울 중구 다동 한외빌딩 앞 공영주차장을 다시 찾았다. 지난 10월 13일 준공식 개최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번째 방문 날짜는 해당 충전소의 시범운영 기간이었던 11월 5일이다. (▶11월 6일자 ‘서울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 문 열자마자 “삐거덕’ 바로가기)

이날 살펴본 한외빌딩 공영주차장 충전소의 관리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지난 5일 발견됐던 부서진 철제 라인의 복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부서진 철제라인에는 나뭇잎과 함께 노폐물 등이 쌓여 있었다.

한국전력은 10월 한달간 해당 충전소의 시범 운영기간을 거친 후 11월 정식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관리 문제 등의 이슈가 겹쳐 11월 2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하는 것으로 일정이 늦춰졌다. 한국전력은 시범운영 기간동안에 발생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당자 연락처까지 안내문에 적어놨다.

하지만 이 안내문은 3주만에 다른 안내문으로 교체됐다. 교체된 안내문에는 "전기차 충전소 본격 운영에 앞서 시스템 점검 및 보완을 진행중입니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점검이 완료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내연기관차량으로 가득찬 서울 첫 도심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 준공 한달이 지났지만 이곳은 여전히 '마비된 충전소'로 불린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충전기 케이블 매설을 위한 철제 라인은 26일 현재까지 복구가 안된채 방치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준공 한달만에 전원이 꺼진 채 방치된 한국전력 신개념 전기차 충전기. 서울 을지로입구역 근처 한외빌딩 근처에 자리잡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지난 11월 5일 한국전력은 충전기 시범운영 기간까지 언급하며 안내문을 부착했지만, 이 안내문은 3주만에 교체됐다. 연내 정식 운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럼 충전기 상태는 어떨까. 지난 5일 방문 때에는 정상적으로 전원이 켜졌지만, 이날에는 충전기가 켜지지도 않았다. 충전기 전원이 왜 꺼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안내문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는 주말이라는 이유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외빌딩 앞 도심형 전기차 집중형 충전소 충전기 수는 총 3기로, 한 충전기 당 두 대의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시킬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곳에서 DC콤보 차량 4대, DC차데모 차량 2대가 급속충전을 할 수 있다.

이 충전소의 기본 콘셉트는 '내연기관 차량이 주차해도 문제 없이 충전 가능한 충전소'였다. 주차 라인에 충전 케이블 매설용 철제라인을 달아, 전기차가 이중 주차해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한국전력은 해당 충전소가 내연기관 차량의 충전소 점거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해당 충전소가 준공식 이후 한달만에 전원이 꺼지면서, 한국전력은 전기차 충전기 운영 강화에 대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한국전력은 아직까지도 한외빌딩 앞 신개념 충전소 정식 운영에 대한 입장과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전력은 올해 초부터 용산역,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등 주요 시설에 전기차 충전기를 대규모로 설치하고 있다.

용산역의 경우 지난 2월 9일 달주차장 4층에 완속충전기 11기, 급속충전기 10기가 설치돼 관심을 모았다.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이 충전소가 충전공간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홍보하고 대대적인 개소식까지 열었다.

관련기사

하지만 이 충전기는 건물 내부 공사 문제 등으로 개소식 이후 약 4주가 지난 3월 2일에나 정상 서비스가 이뤄졌다.

한국전력이 충전기 운영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하면서 보여주기식 전기차 인프라 확장에만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