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BYD·화웨이·샤오미 CEO 만나...왜?

방중 광폭 행보 주목...부품서 스마트폰까지 챙겨

홈&모바일입력 :2018/05/04 15:58    수정: 2018/05/08 13:59

중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화웨이 샤오미 BYD 등 중국 유력 기업 최고경영자와 회동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 만남이 삼성 중국 사업 전략 변화의 일대 계기가 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의 한 소식통은 4일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선전에서 왕추안푸 BYD 회장,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션웨이 BBK(비보 모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났다”며 “전장·부품 등 신성장 산업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단과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BYD를 방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방중 일정은 이보다 훨씬 광폭이었다.

한편으로 경쟁사인 화웨이 및 샤오미의 CEO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샤오미의 매장까지 불시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전장 부품 사업은 물론이고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까지 살피고 있다는 뜻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접견했던 모습.(사진=삼성)

■中 시장 부진에 타개책 직접 찾아 나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0.8%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이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 순위는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애플·지오니·메이주·ZTE(누비아) 등에 이어 12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이후 중국에서 줄곧 1위를 기록했지만 2014년 3분기에 처음으로 샤오미에 선두를 내줬고, 지난해 초에는 지오니, 메이주 등 신생 업체에도 밀리면서 10위 언저리로 하락했다. 중국 상위 4개 업체는 현지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2 가량을 장악, 점유율을 높이며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저조한 성적을 이어가는 데는 현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에, 중가 시장에서는 화웨이, 저가 시장에서는 샤오미·오포 등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샤오미 매장 방문과 관련해 중국 네티즌은 "삼성 휴대폰은 가성비가 높은 샤오미 제품과 비교해 지나치게 비싸 팔리지 않는 것"이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이 공개한 사진에서 이 부회장은 샤오미 매장에서 샤오미 최신 중가 스마트폰 '미믹스2S' 화이트 색상 모델을 체험했다.

이 제품은 중국에서 3천299위안(약 55만8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샤오미는 가성비를 높인 중저가 스마트폰 전략으로 지난해 4분기 인도 시장에서 6년 만에 삼성전자로부터 왕좌를 빼앗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샤오미 매장을 방문한 모습.(사진=웨이보)

하지만 단순히 스마트폰 가격이 높다는 것을 부진의 주 요인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에서 외산 업체로서 선전하고 있는 애플의 경우 삼성전자보다도 높은 평균판매가격(ASP)으로 여전히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의 입지가 여전히 강력하다.

애플은 중국에서 외산 업체로서 유일하게 5위에 머무르며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애플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구축, 두터운 iOS 팬층의 신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에게는 악재가 두루 찾아왔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국 제품 불매라는 악화된 여론이 있었고,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당시 중국을 제품 리콜(회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중국 소비자를 화나게 했던 사건도 발생했다.

급기야 점유율이 0%대까지 하락하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애플과 달리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서의 소구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차이나타임스는 "상품 포지셔닝 문제가 삼성전자 점유율 하락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하이엔드 영역에서 애플과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흡입력 있는 '셀링 포인트'가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가성비폰 확대할까…"기술 경쟁력 강화·신뢰 회복도 관건"

삼성전자가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좀처럼 빛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끌어올린 중·고가 제품 출시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재기를 노릴지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에 방문해 현지 스마트폰을 체험한 데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삼성전자가 시장 전략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기대감을 내비추기도 했다.

중국 한 네티즌은 "(이 부회장의 방문은)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에 있어 좋은 일이다. 그가 최고 의사결정권자일 텐데, 최소한 고위층이 현지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가성비 있는 온라인 중급 브랜드를 만들 가능성도 생긴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가격을 12~15% 낮춘다면 판매량이 크게 차이날 것"이라며 "지금 상선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비록 기술은 국산(중국)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스마트폰 보다 좋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판매량이 낮은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전자 IM 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중국 광저우 하이신샤에서 열린 제품 발표회에서 '갤럭시S9' '갤럭시S9+'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기술 경쟁력도 시장 입지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력은 기업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필수적이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화면 일체형 지문인식, 트리플 카메라 등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 수요를 이끌어낼 것으로 점쳐지는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갤럭시노트7 사태로 잃은 신뢰를 되찾기 위한 마케팅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박진석 연구원은 “한류에 대한 중국의 소비 패턴을 미뤄보면 중국인들에게는 단순 마케팅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이 통한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라며 “중국 내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을 고민해야 하며 AS 인프라 구축 등 현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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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연구·개발·생산·판매·서비스 등 전 조직을 융합한 사업 시스템을 구축해 신속하게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응할 방침이다. 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 기술 최적화를 위해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공룡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수장인 고동진 사장은 "중국은 굉장히 어려운 시장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중국엔 매달 방문하고 있다. 스스로 자제를 하고 현지인들과 잘 화합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조금만 더 지켜봐달라"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