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완전히 갔네"...이통 3사 실적 빨간불

무선사업 일제히 꺾여...추가 하락 불가피

방송/통신입력 :2018/05/04 15:22    수정: 2018/05/04 15:23

선택약정할인율 확대에 이동통신 3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통사의 주력 사업인 무선 사업 분야 매출이 모두 뒷걸음을 쳤고,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가입자가 늘어도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선사업만 놓고 보면 화려했던 봄날이 완전히 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시행된 약정할인율 5% 포인트 상향 조치는 올해 1분기 들어 약정할인 가입자가 누적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실적에 고스란히 악영향을 끼쳤다.

향후 약정할인 가입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앞으로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말 시행된 저소득층 요금감면도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취약계층 요금감면 가운데 기초연금 수급 어르신 요금감면까지 본격 시행되면 추가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통신사 주력 사업 매출 뒷걸음질

4일 이통 3사가 발표한 1분기 잠정 실적 집계에 따르면 모든 이통사의 무선사업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SK텔레콤의 1분기 무선사업 매출은 2조5천6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이통 3사 가운데 무선사업 규모가 가장 큰 SK텔레콤의 무선사업 매출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KT와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보다 감소 폭은 적지만 무선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지난해 1분기 1조7천939억원이었던 무선 사업 매출이 1조7천779억원으로 감소했고, LG유플러스 역시 1조3천660억원에서 1조3천346억원으로 줄었다.

이들 3사의 가입자 지표나 영업이익 지표는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다. 영업환경 악화를 고려해 비용절감 등의 조치를 취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SK텔레콤의 가입자 해지율은 1.3%에 지나지 않는다. LTE 도입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존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지난해 4분기 감소세였던 핸드셋 가입자를 1분기에는 11만명까지 올려놨다.

KT도 무선 가입자가 36만명 순증했고, 이통업계에서 가장 낮았던 LTE 가입자 비중을 77.9%까지 끌어올렸다.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순증을 직전 분기 대비 52.5%나 늘려 22만8천여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고, LTE 가입자 비중 또한 92.8%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매출 감소를 막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 하락은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다시 만회할 수 있는 일시적 수치로 여길 수 있지만, 매출 감소는 산업의 성장 동력이 떨어진 것을 뜻하기 때문에 투자 유치까지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특정 회사만의 현상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위기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 추가 하락 불가피, 정부가 불러온 위기 신호

20%에서 25%로 오른 선택약정할인율에 따른 매출 하락은 갓 시작됐다는 점이 이통사들의 걱정이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따른 추가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통신업계의 무선사업 매출의 추가적인 하락을 점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5% 약정할인가입자는 1분기 말인 지난 3월 중순 1천만명을 넘어섰다. 20% 할인율 가입자 1천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25% 할인율에 순차적으로 적용되면서 올해 말에는 2천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게 정부의 전망이다.

또 25% 할인율 상향 시행 전 연간 요금할인 액수가 1조4천900억원에서 지난 3월 중순 2조2천100억원에 이르렀고, 올해 말에는 2조8천100억원까치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계산에 따르면 이통사 올해 매출은 최소 6천억원이 줄어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약정할인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본료 폐지 공약이 사실상 관철된 취약계층 요금감면이 추가적으로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월 1만1천원 요금감면에 이어 기초연금 수급 어르신의 월 1만1천원 요금감면 시행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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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수급 어르신의 요금감면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통신비 인하 효과는 연간 1천877억원이다. 이통사의 매출 하락이 연 1천877억원에 이른다는 뜻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 경쟁으로 구축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수익성 하락을 막아야 하는 이중고에 놓였다”며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하더라도 매출 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이 불가능해 향후 경영 방향 수립이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