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설비투자 20% 줄인다

D램도 역성장 전망…메모리 보릿고개 온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12/17 16:14    수정: 2018/12/18 08:50

연말부터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저물고 보릿고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요 업체들이 시설 투자에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메모리 공급이 꾸준히 늘어난 동시에 최대 수요처인 데이터센터 업계의 수요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언덕이었던 D램의 역성장이 점쳐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상반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 반도체 시설투자비를 20%가량 축소한다. (자료=지디넷코리아)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도 시설 투자액은 180억 달러(약 20조4천억원)와 100억 달러(약 11조3천억원)로 전망됐다.

이는 올해보다 각각 20%, 22%가량 줄어든 것이다.

업계 총 설비투자비도 1천억 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년도 D램 시장 매출도 1%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77% 증가), 올해(39% 증가)와는 업황이 180도 달라지는 셈이다.

내년도 D램 시장은 1% 역성장할 전망이다. (사진=IC인사이츠)

IC인사이츠는 "D램은 집적회로(IC) 분야 중 지난 2013년 이래 가장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내년에 역성장이 점쳐진다"면서 "각 업체의 투자 규모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 매출 역성장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업체들이 공급을 늘려 수급이 완화된 상태다. 게다가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돼 D램 시장의 급성장을 주도한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자료=IC인사이츠)

주목할 점은 매출 역성장이 점쳐지는 가운데, D램이 시장 성장률 측면에서 품목별로 아직 선두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2번째로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던 낸드는 5위로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D램) 매출이 1% 줄어들어도 성장 전망이 가장 높다는 게 문제"라며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기타 집적회로(IC) 분야의 하락세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4D 낸드 구조의 96단 512기가비트(Gb) 트리플 레벨셀(TLC)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메모리의 또 다른 축인 낸드는 D램보다 더 가파르게 매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서버용으로 납품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는 양호한 가운데, 그 외 품목들의 수요는 부진한 상황이다.

주요 업체들이 3D 낸드로의 전환을 안정적으로 마쳐 공급과잉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D램은 일부 고객사의 단기적인 재고 조정에 따라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낸드도 3D 제품 공급이 증가하고 PC용 SSD 경쟁이 심화돼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경기 불확실성과 재고를 고려해 내년 투자 지출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며 "연간보다는 분기별로 투자 계획을 수립해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