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 중국!...삼성, 부품·세트 동반 위기론 부각

글로벌 전략회의서 中 전방위 공습에 불안감↑

디지털경제입력 :2018/12/19 19:17    수정: 2018/12/20 12:34

삼성전자가 내년 불투명한 경영 환경과 사업부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섰다.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지난 상반기에 이어 완숙기에 접어든 부품과 세트 시장과 최대 경쟁자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화두로 떠올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7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수원 본사와 화성 사업장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부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내일(20일)까지 회의를 이어간다. 지난 17일에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사업부, 18일에는 전사, 이날(19일)에는 TV와 가전을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에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 경영 전략을 점검한다. 해외 법인장도 모이는 자리인 만큼 국내외 시장 현황도 공유한다. 이번 회의에는 각 사업부를 담당하는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김현석 CE부문장(사장)의 주재 하에 국내 사업부 임원과 전 세계 각지에서 일하는 해외 법인장까지 4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도 각 사업부별로 '중국' 키워드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의 경영 환경도 나날이 악화되는 데다 반도체, TV·가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날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의 총괄 법인장을 중심으로 발표와 논의가 진행됐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스마트폰 분기 점유율 0.7%를 기록한 것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 이를 반성하는 차원의 얘기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톈진 스마트폰 공장 철수를 결정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정체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화웨이, 샤오미 등 업체들은 주요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는 전언이다.

이에 내년에 출시할 갤럭시S10 등 차기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한 전략에 대해서도 신중한 의견들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5G와 폴더블 등 차세대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특히 내년은 갤럭시 출시 10주년을 맞는 만큼 삼성의 혁신을 보여주고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 침체된 사업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 스마트폰 사업 부진의 여파로 내년에 출시할 10주년 스마트폰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내비쳐진 것으로 안다"며 "중국 톈진 공장 철수 건도 신흥 시장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현지 공장 라인을 중단하는 것은 상징성이 있다. 결국 중국 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위상 문제와 사업에 대한 절박함을 느낄 수 있는 조치로 이제 제대로 한 번 돌파해보자는 메시지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TV·가전 부문에서도 이미 성숙한 세계 시장에서 새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차기 전략 제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TV 사업의 경우 올 하반기 들어 전략 제품인 QLED TV 수익성이 높아지는 등 전반적인 성과가 나쁘지 않다는 평이지만, 경쟁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중국 제조사들이 뛰어들면서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데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 중국 TV 시장 공략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중국 시장은 여러 내수 업체들로 포화됐지만, 제품 품질이나 신뢰성 측면에서 인지도가 낮은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이 수요를 삼성전자 진영으로 끌어오기 위한 전략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두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익성 하락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역시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도체 사업이 내년 상반기 당장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적지만 시장 포화에 더해 세계 경제 침체 등의 영향으로 부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중국 제조사들이 자체 반도체 생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높다. 중국 정부의 경우 자국 산업 성장을 위해 타국 업체들을 배척하기 위한 입김이 거세다. 장기적으로 중국 정부의 견제와 현지 반도체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삼성의 점유율을 잠식해가는 흐름이 이어지면 사업 부진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스템 LSl 분야를 강화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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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부품 사업이 장기적으로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트 사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8할을 이끌고 있지만,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세트 사업의 부진의 영향도 있어 바람직한 시그널로 보기 어렵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사업이 전반적으로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부품뿐 아니라 세트 부문의 견인도 필요하다"며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가시화되면서 위기론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이고, 영업이익은 높을수록 좋지만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회사의 덩치가 축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세트 볼륨을 키워야 하는 게 삼성전자의 큰 과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