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삼성-애플 깜짝 제휴, 어떻게 성사됐나

7년 특허전 종결…스마트TV 콘텐츠 헙력

홈&모바일입력 :2019/01/07 20:11    수정: 2019/01/08 14:3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 스마트TV로 애플 아이튠즈의 각종 TV 프로그램을 본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상상도 못할 그림이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무역협력을 하는 격이다.

그 불가능해 보였던 거래가 성사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9 현장에서 협업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삼성 스마트TV에 애플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 앱을 탑재하기로 했다.

물론 비즈니스 세계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의 지난 7년은 그 말만으론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

(사진=삼성전자)

잘 아는대로 두 회사는 2011년부터 지난 해 6월까지 7년 특허 전쟁을 벌였다. 스마트폰 시장 최고란 자존심을 내건 한치 양보 없는 승부였다. 소송 과정에선 무차별 폭로가 이어졌다. 담당 판사로부터 ‘진흙탕 싸움’이란 비판까지 들었다.

■ "특허소송 화해 덕에 협업 가능했다"

21세기 IT 시장 최고 라이벌이던 두 회사가 어떻게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물론 첫 번째 전제 조건은 7년 전쟁을 합의로 끝낸 덕분이다. 두 회사는 지난 해 6월 전 세계에서 진행중인 특허소송을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그 덕에 협업의 기틀이 마련됐다.

시장 상황도 달라졌다. 삼성과 애플 모두 ‘스마트폰 이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삼성보다는 애플의 고민이 더 크다. 매출 60%를 책임지고 있는 아이폰 부문이 조금씩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엔 10여 년만에 처음으로 매출 예상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쇼크를 안겨줬다.

그 동안 애플은 단말기 판매업체 이미지가 강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애플TV나 애플워치 같은 것들도 대표적이다.문제는 기기 중에선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제품을 쉽게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애플TV나 애플워치는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애플카는 아직은 유망주 대열에도 들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사업이다. 아이튠즈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 쪽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애플은 서비스 사업 쪽에 많은 힘을 쏟았다. 2018년 9월 마감된 분기 서비스 매출 비중은 15.8%에 달했다. 아이폰(59.1%)에 이어 매출 비중 2위다.

물론 애플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넷플릭스 같은 가입자 기반 스트리밍 사업이다. 2017년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공공 회장 출신인 제이미 얼릿 등을 영입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 무렵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그런데 애플TV는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스트리밍 시장에선 로쿠, 구글, 아마존 등에 뒤지고 있다.

■ 아이폰 한계 직면한 애플, 가두리 전략 포기

그 동안 애플은 철저한 가두리 전략을 구사해 왔다. 자신들만의 생태계 내에서 서비스가 가동되도록 했다. 폐쇄전략이란 비판을 받긴 했지만 애플만의 서비스를 고급스럽게 제공하는 덴 최적의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애플 기기 판매량이 계속 증가해야만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 핵심 축인 아이폰부터 한계에 달했다.

게다가 이젠 소비자들도 어떤 단말기에서나 넷플릭스나 스포타파이 같은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긴 바란다. 애플 특유의 폐쇄 전략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워치가 아이폰6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씨넷)

애플이 삼성 스마트TV에 문호를 개방한 건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애플TV만으론 서비스 사업 확충이란 방대한 꿈을 실현하기 힘들다는 상황인식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번 제휴로 삼성전자는 전세계에 출시하는 스마트TV에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 기능을 기본 제공한다. 지난 해 제품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애플은 자신들의 디지털 콘텐츠를 좀 더 멀리까지 보낼 수 있게 된다. 넷플릭스 방식의 가입자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쪽에 많은 관심이 있는 애플에겐 더 없이 좋은 그림이다.

애플에겐 한 해 4천500만대 가량의 TV를 판매하는 삼성전자는 최적의 파트너다. 삼성 역시 아이튠즈 탑재는 스마트TV 시장 경쟁에 적잖은 힘이 될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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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전면전을 벌였던 두 거대 라이벌 간의 전략적 제휴가 성사된 건 이런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과의 이번 거래는 애플에 갖는 의미는 단순히 ‘적과의 동침’이란 그림 때문 만은 아니다. 애플이 특유의 ‘가두리 전략’을 포기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점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은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