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네그로폰테 美 MIT 교수 “화웨이 배제 반대”

“배제보다 협력” 조언…“공통적인 객관적 기준 마련해야” 지적

방송/통신입력 :2019/05/17 16:52    수정: 2019/05/17 17:31

멀티미디어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미국 MIT 교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가 최근 패스트컴퍼니에 실린 기고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배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해 화제다.

1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체 보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특정 국가나 기업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 최대 정보통신업체 화웨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기고문에에서 네그로폰테 교수는 “미국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들에게 취하는 압력을 넘어서 공식적으로 화웨이와의 사업과 연구를 금지하는 것은 결코 미국 통신망 보안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동시에 실제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그릇된 보안 의식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니그로폰테 MIT 교수(사진 = 뉴스1)

화웨이가 30년간 사이버 보안에 문제가 없었고 전 세계에 걸쳐 500개 이상의 통신 기업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 기업을 배제하려는 것은 기술과 별개이며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와 무관하다는 게 네그로폰테 교수의 설명이다.

또 그는 “지정학적인 기준에 근거한 화웨이에 대한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미국 국토 안보부가 권장하는 것처럼 포괄적인 리스크 관리 접근법과 협력을 통해 잘 해결할 수 있으며 화웨이 배제는 여러 가지 해로운 영향과 함께 미국을 더욱 뒤처지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화웨이를 배제함으로써 미국 기술 시장 혁신의 주요한 원천인 아이디어, 사람, 제품들이 배제 된다”며 “화웨이는 10년 전부터 5G 무선 기술 연구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애플, 인텔, GE 등의 기업을 제치고 전 세계 연구개발 투자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8억 달러를 포함해 지금까지 5G 연구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 최대 통신사인 BT의 한 전문가는 화웨이를 '현재 유일한 5G 공급사'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주요 공급업체를 시장에서 차단하면 경쟁은 줄어들게 된다. 비용은 오르고, 기업 투자는 줄어들고 혁신은 전반적으로 후퇴한다”면서 “이는 소비자들이 열등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경쟁의 감소는 무선 장비의 90 % 이상이 에릭슨과 노키아에 의해서만 판매되는 미국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이러한 시장 구조로 인해 소규모 무선 통신 사업자들은 수년 동안 두 공급업체의 네트워크 장비의 이용해야 할 때마다 높은 비용에 불만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쟁 시장의 이점은 가격 하락 그 이상이다. 화웨이를 배제하면 미국의 소규모 무선 통신사들은 향후 몇 년 동안 네트워크 확장, 더 발전된 5G 기술로의 업그레이드 등이 제한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새롭고 더 좋은 서비스와 더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국 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더뎌지고 산업의 효율 개선은 미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웨이 배제는 화웨이로부터 구입한 수억 달러 상당의 장비를 폐기하고, 추가적으로 교체 장비를 구입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돼 미국의 소규모 사업자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게 네그로폰테 교수의 설명이다. 또 일부 소형 업체는 기존 장비를 폐기하고 더 높은 가격으로 대형 공급 업체 제품을 재구입해야 해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화웨이 배제로 인한 피해는 소형 통신 사업자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고객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특히 미국 일부 지역에서 소형 통신 업체에 의존하는 집, 학교, 도서관, 소규모 사업자들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지보다 더 나은 접근 방식은 미국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모든 공급업체의 소프트웨어 코드를 엄격하고 포괄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고 이미 일부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독일은 지난해 12월 통신장비 업체들에게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코드의 취약성을 면밀히 검사할 수 있는 독립 검증 연구소를 설치할 것을 독려했다. 화웨이는 올해 초 브뤼셀에 검증 시설을 개설했으며 영국 정부 대표들은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곳이라 평가했다”고 말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미국의 보안 전문가들은 사이버 위험 관리를 할 때 단순히 본사가 소재한 곳 기반으로 특정 회사를 배제하는 것보다 더 정교한 방식을 택할 것을 권장한다”면서 “글로벌 기술 선도국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은 선도적인 기술 기업과 그들의 연구기관을 배제하기보다 그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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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는 “시장에서 기업의 기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 즉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자 하는 모든 기술 공급업체에 적용되는 표준을 제정해야 한다”면서 “이는 특정 국가를 기반으로 공급 업체를 배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전략이며 배제와는 달리, 모든 공급자에게 적용되는 포괄적인 접근방식은 미국의 디지털 네트워크를 더 안전하고 다시 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1985년 미국의 미디어 학자이자 미국 MIT대 교수로 1995년에 출간된 베스트셀러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의 저자이자 MIT 대학 내 디지털 기술연구소 설립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