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수출규제 풀러 일본行..."우린 어려울때 도와줬는데"

두터운 신뢰 관계 이용해 해법 찾을 지 주목

디지털경제입력 :2019/07/08 02:08    수정: 2019/07/08 15:3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급거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 핵심소재(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불화 수소)에 대해 대한(對韓)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공식화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까지 이 문제를 놓고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경영진과 수원 본사에서 대책을 논의해 왔다. 지난 5일엔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일본의 제재에 대한 의중과 해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스1)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손 회장과 만난 지 이틀 만에 곧장 짐을 싸 일본행을 택한 것을 놓고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반증이 아니냐'는 추정들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및 공급 차질은 물론 자칫 공장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디넷코리아 취재 결과 삼성전자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 규제 내용을 발표한 지난 1일 곧바로 일본에 구매팀을 파견해 재고 물량을 추가 확보하거나 대만 등 인접 국가에 위치한 일본 업체를 방문해 우회 루트를 통한 공급을 요청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반도체 제품을 공급하는 고객사 대상으로 현재 반도체 생산 현황을 알리면서 향후 있을지도 모를 고객사 이탈 우려에 대해 진화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수출규제 발표 직후 고객사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이번 주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일부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며 "이에 현재 수준의 생산량을 지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추후 변동 사항이 발생 시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부회장이 손 회장으로부터 '어떤 해법을 듣고 일본에 가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기대도 나온다. 이번 사안이 한일간 오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정치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인 만큼 민간 기업의 총수가 나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안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정부가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경제계가 나서 양국간 경제적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마중물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수개월마다 일본을 방문하는 이 부회장이 이같은 사정을 일본 거래처와 경제계에 알리고 다각적인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 5월 15일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악화된 한일 관계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이)일본 여론에 한국 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일본과 관계를 깊게 하려는 의향이 보인다"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러면서 삼성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본 (일본)기업에 무리하게 납품 기한을 맞추도록 요구하지 말라고 일본법인에 지시했고 공장이 피해를 입은 소니에는 부품을 공급했다는 과거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밖에 2013년에는 (경영 악화로)곤경에 빠진 샤프에 출자했는데 이는 구제 의도가 있었다고도 보도했다. 이 매체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삼성은)다양한 측면에서 일본을 배려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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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계 간의 상호 협력 사례는 또 있다. SK그룹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의 해안 접안 시설과 원유 저장소가 파괴당하자 SK이노베이션을 통해 비축 원유 정유해 공급해 준 사례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내 올지는 전혀 알 수 없다"면서도 "경제인들이 과거 한일 기업인들 간의 신뢰 관계를 지렛대 삼아 정치적 난제를 지혜롭게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