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AI 스피커 경쟁, IPTV 가입자 쟁탈전으로

통합 셋톱박스 통해 AI 확산…인터넷 업계 비해 가입자 경쟁 유리

방송/통신입력 :2018/01/26 09:36

통신업계의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스피커 경쟁이 IPTV를 내세워 유료방송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25일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의 기능이 결합된 셋톱박스 ‘Btv x 누구’를 선보였다.

지난해 IPTV 셋톱박스 형태의 AI스피커 ‘기가지니’를 출시한 KT에 이어 LG유플러스는 ‘U+우리집AI’를 내놓고 AI 스피커 시장에 IPTV 결합 형태로 발을 들였다. 그런 가운데 SK텔레콤의 ‘누구’ 플랫폼도 SK브로드밴드의 Btv 서비스에 묶이면서, AI 스피커를 내세운 IPTV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스피커 단품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통신사의 AI 스피커 판매는 유료방송 서비스에 결합된 형태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IPTV 셋톱박스 제공 방식을 활용해 이용자 확산을 꾀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단순히 스피커 단품을 구매하는 경우 소비자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설치하는 초고속인터넷에 더불어 유료방송의 셋톱박스를 AI 스피커로 대체하는 방법으로 이용자 확보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기가지니의 경우 일반 셋톱박스처럼 IPTV 약정 시 임대료를 지불하거나 약정 기간 또는 인터넷 가입 조건에 따라 임대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AI 음성인식 기기 제조사들이 대개 가전제품처럼 단말을 판매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제품을 대여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함에 따라 아직 AI가 생소한 소비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AI 서비스는 이용자가 많이 쓸수록 학습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서비스가 고도화되기 마련이다. 통신업계가 유선 결합상품으로 더 똑똑한 AI 서비스를 만드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AI 스피커는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기라고 인식되고 있지 않지만, AI 셋톱박스는 이미 사용하고 있는 셋톱박스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IPTV 가입자의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AI 셋톱박스를 가장 먼저 내놓은 KT의 경우 IPTV 서비스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수개월간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 국내에서 단일 판매 대수로 최고치인 5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IPTV 3사가 모두 AI 셋톱박스를 내놓으면서 통신업계 간 경쟁도 주목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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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이 AI 스피커 이용자 수를 늘리는데 IPTV 플랫폼을 갖지 못한 회사보다 우위를 점했더라도 통신사 사이의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U+우리집AI를 내놓고 KT와 유사한 IPTV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가입자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경쟁구도가 만들어졌고, SK브로드밴드도 이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을 꺼내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