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리스크 이번엔 '신한'

"소유규제 있는 금융사 인식 제고 위해 노력必"

금융입력 :2018/11/05 16:36    수정: 2018/11/05 17:53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NH농협금융지주) '회장 리스크'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한 지주회사의 사건이 잊혀질 만하면, 다른 지주회사의 회장이 부정적 사건에 연루되거나 휘말리면서 금융회사 브랜드 가치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부나 관계부처 인사를 지주회장으로 선임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으로 회장 리스크가 불거졌다면, 최근에는 채용비리 등 잘못된 관행으로 인한 회장 평판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30일 국민기금운용기금의 최상위 위원회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을 선언한 가운데, 이 같은 회장 리스크는 추후 국내 금융지주사의 자율 경영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높다.

■ KB→농협→하나, 이번엔 신한금융지주

금융업계 지난 5년을 돌아보면 KB금융지주의 회장 리스크가 금융업계를 휩쓸었던 큰 이슈 중 하나다. 당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간 갈등으로 시작돼 새로운 회장 선임까지 KB금융지주는 고초를 겪었다. 정권 코드 인사인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노동조합까지 가세하면서 KB금융지주는 한 차례 큰 파도를 맞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이 내부 지배구조 투명화 등을 내세워 KB국민은행장을 겸임한 이후 잠잠해지는 듯 싶던 금융지주 회장 리스크는 NH농협지주와 하나금융지주로 옮겨갔다.

2016년 상반기 김용환 전 NH금융지주 회장이 단행한 부실자산을 한꺼번에 손실 처리하는 '빅 배스(Big bath)'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며 김 전 회장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NH농협지주의 대규모 여신이 조선·해운업에 몰리고 손실 처리도 단번에 이뤄지니, 2천억원이라는 대규모 적자가 났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각 사 제공)

2017년 하반기부터는 '적폐청산'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나금융지주의 회장이 거론됐다. 당시 안종범 전 경제수석으로부터 최순실 모녀의 독일 자금을 관리해준 이모 부장을 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는 논란이었다. 지난해 9월 4일 열린 재판에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원래 만들려고 했던 자리"라면서도 이 지시를 전달받았으며 때마침 (승진)여건을 조성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부정채용 혐의를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그간 잠잠했던 신한금융지주도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연루 혐의 때문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조용병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KB와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다르게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했던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전·현직 임원 자녀와 외부 추천 지원자(국회의원·재력가·금융감독원 직원 등)들을 신입사원으로 특혜채용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용병 회장이 신한은행장이던 당시 특혜채용 관련 보고를 받는 등 합격자 발표의 최종 결재권자로 보고 있다.

■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강화…금융지주 괜찮을까

국민연금기금의 상위 위원회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7월 30일부터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방침을 밝힌 가운데, 지속되는 금융지주사의 회장 리스크가 회사 성장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방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예상치 못한 기업 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 이슈가 발생 시 해당 회사와 비공개대화를 우선 실시하되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각 공개 주주활동(기업명 공개, 공개서한 발송 등)을 한다.

다만 기금운용위원회는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는 2019년 이후로 미뤄둔 상태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책임투자형 펀드를 운용사에 위탁했다. 책임투자형 펀드에 속한 회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평가한 결과를 펀드 운용에 참고하게 하는 것이다.국민연금은 KB·신한·하나금융지주를 책임투자형 펀드에 편입시켰다. 국민연금은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로 KB(9.60%)·신한(9.53%)·하나(9.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평가 항목 중 사회적 가치 요소에는 인권 및 근로환경, 안전, 인자리 창출 등이 있으며 지배구조 요소로는 소유구조, 조직, 비즈니스 윤리, 경영 안정성과 투명성 등이 배치돼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으로 금융사는 더욱 내실있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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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의 이시연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강화에 따른 국내 금융회사의 대응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 및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 강화는 소유 집중이나 순환출자 등을 통해 높은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일반 깅버집단 소속 회사보다 소유가 분산돼 있고 회사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금융회사에 상대적으로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시연 연구위원은 "은행 등 금융사의 경우 지배구조에 오는 직접적인 규제, 감독 및 평판 위험이 크다"면서 "현재 국내에서 은행 등 금융회사에 적합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평가를 만들고 금융사 역시 주주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