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분식회계" vs 삼바 "행정소송"

거래 정지·대표해임 권고·과징금 80억원 부과

디지털경제입력 :2018/11/14 19:05    수정: 2018/11/15 10:32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처리 논란이 분식회계로 마무리됐다. 금융위원회(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대표 해임 권고와 검찰 고발 등 중징계를 내렸다.

당장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판단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으로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장폐지 심사는 규제와 절차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또는 내년 1월께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은 14일 오후 5시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제재 조치안에 대한 최종심의 후 기자회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서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이 14일 오후 5시 금감원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제재 조치안 최종심의 후 기자회견장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2012년과 2013년 회계처리기준 위반 동기는 ‘과실’, 2014년은 임상실험 등 개발성과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콜옵션 내용을 처음 공시하는 등 콜옵션 중요성을 인지했던 점을 감안해 ‘중과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정례회의를 열고 최종심의를 진행했다. 오전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참석해 최후 진술을 했다.

금감원 이번 제재조치안의 핵심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합작 투자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2~2014년 연결 종속회사(자회사)로 분류한 회계처리는 중과실 ▲2015년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회계처리는 고의적 분식이다. 금감원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관계를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5%, 바이오젠은 15% 지분율로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사로 설립했기 때문에 당시엔 자회사가 맞다는 입장이다. 2015년 회계연도에 관계회사로 변경한 이유는 2015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 성과가 나오면서 바이오젠이 계약 때 확보한 콜옵션(주식 등 특정 자산을 만기일 또는 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회계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 합작계약을 살펴본 결과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공유하고 있으며 콜옵션도 지배력 결정 시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권리이므로 금감원 지적대로 2012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단, IFRS가 2011년 국내에 최초로 도입되고 두 삼성바이오 회사가 2011년, 2012년에 설립된 점, 지배력 관련 새로운 회계기준서가 2013년에 시행된 점 등을 종합 고려해 2012~2013년 자회사 처리는 ‘과실’로 결론 내렸다. 2014년은 콜옵션을 첫 공시할 만큼 콜옵션의 실질적 권리를 이미 알았던 점을 감안해 ‘중과실’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합작계약을 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적재산 매각, 자본 감소, 일정금액 이상 자산취득, 차입 등 중요한 재무정책 결정 때 반드시 바이오젠의 동의를 얻도록 돼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분식회계 판단에는 금감원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 김 위원장은 “내부 문건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전 연도에도 콜옵션 부채를 인식했어야 함을 2015년에 알았으나 콜옵션 공정가치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사전에 마련하고 외부평가기관에 ‘평가불능’ 의견을 유도했다”며 “이를 근거로 과거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 주식을 취득원가로 인식하면서 콜옵션 부채만 공정가치로 인식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 모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론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회계처리 기준 위반 내용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 삼성바이오 “당사 회계처리 적법 확신 적극 소송 대응”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심의 결론이 나오자마자 즉각 받아들일 수 없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일 “증선위의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사는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증선위가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판단한 2015년 회계연도 처리에 대해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또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사 회계처리의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증선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계처리 논란으로 혼란을 겪은 투자자와 고객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회사는 소송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사업에 더 매진해 투자자와 고객들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증선위가 콜옵션을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판단하고 검찰 고발한 건에 대해서도 행성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4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야 콜옵션 사항을 첫 공시한 점을 두고 2012~2013년 감사보고서에서는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14일 오전 증선위 최종심의가 열리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 거래소가 상폐 여부 심사…결과 내년 나올수도

증선위의 분식회계 결론으로 지난해 4월 금감원이 특별감리 착수 때부터 이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여부가 나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제50조 제1항 3호 나목에 따르면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인 상장법인은 금융위 또는 증선위가 검찰 고발통보 조치를 의결하거나 검찰이 직접 기소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주식 거래도 정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후 한국거래소는 20영업일 이내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상장적격성 유지 여부 ▲개선기간 부여 ▲주식 거래정지 여부와 기간 등을 심의한다.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주총회, 사업보고서 제출 등 일정이 있으면 기업심사위원회 개최를 1개월 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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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결과는 기업심사위원회 개최부터 7일 이내 나온다. 다음달이나 내년 1월에야 상장폐지 여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 주식 거래정지가 중지되고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는 더 미뤄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당분간 매매 정지되며 거래소의 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며 “지금 단계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다. 단 거래소는 상장 규정에 따라 기업의 계속성, 경영투명성, 그밖에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실질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