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신종 코로나, 정말로 AI가 먼저 알았을까

'블루닷 호들갑' 유감

데스크 칼럼입력 :2020/01/29 16:42    수정: 2020/10/05 13:5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전 세계에 코로나 바이러스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돼 ‘우한폐렴’으로도 불린다. 존스홉킨스대학 CSSE에 따르면 29일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가 132명에 이른다.

지금도 진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 뒷 얘기를 남겼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AI)이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사실을 먼저 알았다는 얘기다. 일부 국내 언론은 ‘발병 한 달 전에 이미 AI가 알고 있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궁금했다. ‘AI 조기 진단설’의 근거가 된 기사를 찾아봤다. 미국 IT 전문사이트 ‘와이어드’가 25일 보도한 기사가 주된 근거였다.

(사진=블루닷)

와이어드에 따르면 캐나다업체인 블루닷(BlueDot)이 AI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해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사실을 알아챈 뒤 고객들에게 공지했다. 공지한 날짜는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일주일에서 열흘 가량 빨랐다.

■ 언론 보도 토대로 예측…조기 경보는 의미 있어

블루닷은 어떻게 한 발 앞서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사실을 알았을까?

블루닷 알고리즘은 매일 65개 언어로 된 10만 건 이상의 기사를 분석하고 있다. 이 작업엔 자연어 처리와 머신러닝 기법이 동원된다. 이런 방법을 통해 100개 이상의 전염병을 추적하고 있다.

분석 작업엔 주변 정보로 함께 활용한다. 해당 지역의 날씨나 기온, 가축 같은 정보가 대표적이다. 항공 티켓 발행 정보 같은 것들도 널리 쓰인다. 이 정보를 통해 확산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미리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글은 분석 대상으로 쓰지 않는다.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긴다. 언론 보도 분석이 핵심 방법이라면 AI가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사실을 아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의문이다.

블루닷 질병 조기 진단 알고리즘의 분석 방법 (사진=블루닷)

따라서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전에 AI가 먼저 알았다”는 보도는 사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블루닷의 알고리즘이 제대로 된 진단을 하기 위해선 언론에 관련 사실이 먼저 보도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블루닷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실제로 블루닷이 '코로나 바이러스' 경보를 할 무렵엔 국내외 언론에 조금씩 발병 우려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루닷의 조기 진단은 의미가 없는 걸까? 그렇진 않다. 와이어드를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지적한 것처럼 “전염병과의 싸움에선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조기 경보 덕분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CDC나 WHO가 늑장을 부린 걸까? 그렇다고 보기도 힘들다. 국제기구나 국가기관들은 ‘조기 대응' 못지 않게 침착한 대응도 중요하다. 블루닷 같은 개별 업체와는 무게감이 다른 만큼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블루닷의 AI 시스템이 발병 사실을 예측한 경우도 있긴 하다. 복스에 따르면 블루닷은 2016년 지카 바이러스 때는 6개월 전에 미리 예측했다고 주장한다.

존스홉킨스대학 CSSE의 코로나 바이러스 실시간 추적 사이트.

하지만 2016년 사례 만으로 AI의 질병 예측력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만은 없다. 한 때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능력으로 명성을 얻었던 구글 ‘독감 트렌드’는 2013년 독감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뒤 서비스가 종료됐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질병 예측은 그만큼 쉽지 않다.

■ AI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그렇다고 해서 블루닷의 ‘코로나 바이러스 조기 경보’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흩어진 정보를 토대로 한 분석 덕분에 조기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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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번 사례를 ‘전지전능한 AI’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과도한 기대가 무너질 경우엔 AI에 대한 실제 이상의 비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이번 사례는 블루닷의 AI 알고리즘이 흩어진 정보를 토대로 바이러스 확산 사실을 한 발 앞서 포착한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외신들은 블루닷이 코로나 바이러스 초기 대응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정도로 보도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